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4억5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이 여성으로부터 자녀들을 취업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광주 소재 모 사립학교에 취업까지 시켜준 정황이 드러나면서 광주시민들을 중심으로 "윤 전 시장이 과연 보이스피싱을 당한 게 맞냐"는 의혹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전남일보>는 3일 "윤 전 시장이 4억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송금한 데 이어 사기범의 자녀 취업 청탁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어찌 보면 금방 들통 날수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무슨 배짱으로 자녀 취업까지 청탁할 수 있나’와 ‘전 영부인이 취업청탁을 했다는 것에 대해 왜 일말의 의심도 안했을까’라는 의문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이쯤 되면 보이스피싱 피해자인지조차 헷갈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남일보>는 별도로 사설을 통해 "배달 사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기까지 하며, "윤 전 시장은 조속히 귀국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은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다"며 윤 전 시장을 압박했다.

광주전남 인터넷매체 <시민의소리>도 "전후관계를 볼 때 사기당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할 행동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장현 전 시장이 10월에야 사기당한 사실을 알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돈을 보낸 시점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 사이고, 윤 전 시장이 출판기념회를 한 시점은 2월 초이며, 경선에 나설 수 없음을 미리 안 윤 전 시장이 출마를 포기한 시점이 4월 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선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면 돈을 회수하려고 했을 테고 사기임을 알았을 터인데, 4월에 김모 씨의 자녀들을 취직시켰다면 피해자가 할 행동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그런 거액이 오가고, 아는 사람의 자녀들이라고 취직을 부탁하는 데 단 한 번의 확인도 안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부터 아는 관계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4억5천 정도 사기를 치면 사기꾼들은 잠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취직까지 부탁할 정도면 그 관계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시장은 검찰로부터 지난달 30일 피해자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해외봉사활동으로 네팔에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검찰은 윤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오는 5일까지 출석하라고 2차 통보를 해, 과연 윤 전 시장이 귀국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