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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의 망령'에 발목잡힌 힐러리

[김동석의 뉴욕통신] 유일하게 전쟁반대한 오마바만 호통

2002년 10월3일, 세계 최고의 리더쉽을 자랑한다는 워싱턴 의회는 연방의회의 역사적 전통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헌법1조 8항(전쟁선포의 권한은 의회에 있다)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워싱턴 의회는 상하 양원의 표결(하원 2백96 대 33, 상원 77 대 23)을 통해서 대통령에게 이라크 전쟁과 관련하여 무제한 권한(대통령은 대 이라크전에서 자신이 단독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핵무기를 포함한 어떠한 군사력도 사용할 수 있다)을 부여한 것. 이에 대해서 단 한명의 의원도 논쟁이 없었다.

9.11사태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흥분상태의 감정에서 쏟아 부은 "나의 정책에 대한 어떠한 반대도 반역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란 선언에 워싱턴 5백35명의 연방정치인들은 숨소리마저도 죽이고 있었다. 이러한 중요 표결장에서 뉴멕시코주의 도미니치 상원의원은 4H 1백주년 축하 발언을 했고, 캔터키의 짐 버닝 의원은 자기주의 농민단체인 '미래의 미국 농민(Future Famers of America)'에 대해서 토론했다. 심지어는 반전입장의 대명사인 캘리포니아의 바바러 박서 의원조차도 캘리포니아 한 도시의 역사에 대해 동료의원들에게 강연을 했다.

상원의 초선이지만 발언의 영향력으론 순위 1번인 힐러리 클린턴도 슬며시 눈을 감은 채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저명한 저널리스트 윈슬러 휠러는 "시민들이 저들에게 빚진 것이 있다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여행하는 요금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그 위풍당당한 연방의회의 전통에 수치의 일주일(Week of Shame)을 바라보고 있노라"고 질타했다. 그 후 의원들은 정치적인 겁에 질려 이 문제에 대해서 입에 올리지조차 못해 왔었다.

2004년 7월, 보스톤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전 성토대회를 겸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유력인사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민주당 후보로 추대될 존 케리는 물론이고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존 에드워즈도, 4성 장군 출신의 웨슬리 클라크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후보경선엔 없었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클린턴 대통령이나 그의 부인인 힐러리 의원도 당시 최고의 정치 현안인 '전쟁'에 관해서 명확하게 발언하질 못했었다.

단 한사람, 당시 일리노이 상원의원에 출마한 바락 오마바는 전당대회 3일째의 주 연사로 등장하여 가장 자신 있는 목소리로 전쟁주의자 부시를 비판했다. 하워드 딘의 인기가 여전한 민주당내 대의원들은 대회장이 내려앉을 정도의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민주당 다크호스인 바락 오바마가 전국 정치인으로 등장한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모든 미디어의 시선과 당원들의 인기가 오바마로 쏠리게 되자 대중인기로 정치생명을 유지해 온 클린턴과 힐러리는 대회의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날 연단엔 아예 올라가지도 않았다. 오바마는 일리노이 지역에서 일찌감치 부시대통령의 전쟁을 강하게 반대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당시의 그러한 그의 경력이 지금 민주당내 대권주자로서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8년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 되었다. 당내경선에서 당의 후보가 되어야 하고 본선에서 상대당의 후보를 이겨야 최종 승자가 된다. 현 대통령과 집권당의 인기를 보면 권력이 교체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민주당의 경선에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래서 힐러리와 오바마 관계의 긴장이 갈수록 첨예화 되고 있다.

선두인 힐러리의 바지가랭이를 꽉 잡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에 치고 나오면 순식간에 앞설 수 있다는 계산에 오바마는 상대적으로 캠페인에 자유롭다.

지난 1월13일 이라크를 방문해 심각한 표정으로 브리핑을 듣고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 민주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오바마 상원의원을 비롯한 후발주자와 각종 약점들로 고심하고 있다. ⓒ 힐러리 클린턴 홈페이지


유권자들을 상대로 미국사회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바락 오바마 미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힐러리 상원의원의 1위 독주에 도전장을 던졌다. ⓒ 바락 오바마 홈페이지


힐러리를 향한 오바마의 최대 무기는 이라크 전쟁이다. 불과 5년 만에 명백하게 밝혀진 '명분 없이 조작된 전쟁(리크 게이트)' 인 이라크전에 그녀가 찬성표를 던졌고 그 정쟁에서 미국의 아들과 딸들이 3천여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 일을 시도 때도 없이 직.간접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힐러리가 가진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힐러리 진영은 오바마의 네거티브 캠페인이라고 투덜대지만 아주 궁색하게 들린다.

민주당의 젖과 꿀이 흐르는 할리우드가 바로 위와 같은 이라크전에 대한 힐러리의 원죄를 이유로 서서히 오바마를 선택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클린턴의 물주 노릇을 해 왔던 미국의 영화 및 음반제작 업자인 거부 ‘데이비드 게펜’이 오바마의 기금을 만들고 있다고 22일자 <워싱턴포스트(WP)>지가 보도했다. 또한 데이비드 게펜은 21일자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이 저지른 이라크전이 민주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힐러리에겐 망령이고 바락 오바마에겐 2008년 대선을 향한 가장 귀중한 도구이자 무기가 되고 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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