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지식인 이상돈이 본 박근혜
비판적 지식인 이상돈이 본 박근혜
“비대위 쇄신 불만품고 탈당하면 당선되나?”
이상돈 위원, ‘보수분열’ 일축...
박세일 신당 ‘이삭줍기’가 ‘가치정당’인가
“보수는 변화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상돈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은 2일 비대위의 강도 높은 쇄신과 관련, ‘보수분열’을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 "한나라당 비대위 체제의 강도 높은 쇄신을 두고 보수표가 분열된다는 것은 호사가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현재 한나라당 박근혜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는 몇몇이 탈당했다고 가정 했을 때 과연 그 사람들이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겠는가?”라며 이같이 반박했다.
이 위원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의 보수는 전체의 30%가 아니라, 20% 이하로 떨어졌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거대한 중도층과 변화를 요구하는 계층이 50% 정도라면 나머지 30%가 전통 진보 층"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연령층이 높은 보수의 특성 상 20%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위기 현상"이라고 거듭 ‘보수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내 일부 인사의 탈당 가능성과 보수분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일부인사의 탈당이 결국 민주당 등 야권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겠지만, 현재 지역구 구도를 볼 때 탈당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는 여야 1대 1 대결 구도에서도 대체로 야권이 유리한 지역”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탈세력이 이른바 ‘박세일 신당’ 이라고 불리는 '국민생각'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박세일 교수는 신당을 만들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가치집단이 아니라 단순한 패거리 집단이라고 심하게 폄하하면서 자신이 만드는 정당은 대중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집단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런 국민생각에서 한나라당에서 이탈하는, 언론에서 말하는 '이삭줍기' 를 기대하고 있다는 데 그렇다면 국민생각은 (박교수 식 해석대로라면) 패거리 정당에서 이탈되는 낙엽을 모은 정당이 되는 셈인데 과연 가치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박교수에게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당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지만 정당이 성공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정당을 만드는 정치인은 한 세기에 몇 명밖에 안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군소 보수정당에 표를 별로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보수층들은 한나라당의 변화하는 모습에 동참해주시는 것이 보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4.11 총선을 앞둔 현재 민심과 상황에 대해 “기성정당,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불신의 강도는 한나라당에 더욱 강하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된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가득한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다. 그 결과 뿌린 대로 거두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아마 현재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했다면 한나라당 결과는 보나마나 TK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당으로 전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박근혜 체제가 쇄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4.11 총선에서 그나마 선전 할 수 있겠지만, 현재 한나라당의 입지는 굉장히 어렵다. 수도권, 서울 강북지역, 인천, 경기도 남부는 고전을 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충북, 충남, 대전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한나라당이 확실히 변했다는 걸 보여주어야만 떠난 표심이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번 총선의 목적은 다가오는 대선을 치룰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원내 제1당을 지휘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100석 규모의 소수정당을 이끌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의석 숫자가 많다고 대선에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석 숫자가 부족 해도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단결된 집단이라면 대선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가까이에서 본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 “박 위원장은 상당히 온화하고 민주적인 지도자상을 갖고 있다. 상명하복 같은 구세대 정치적 보스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결정에 대해서는 숙고하지만 신속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부친의 단호했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박 위원장이 ‘대중과 멀다’는 이미지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잘못 전달된, 어쩌면 박 위원장을 좋아하지 않는 미디어에서 의도적으로 왜곡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박 위원장은 요즘 우리 정치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품격을 두루 갖춘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박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취임식 당시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날 한나라당에 오래 근무했던 당직자들 상당수가 거의 5~6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박근혜 위원장을 맞으면서 안도감을 피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며 “그런 걸 볼 때 집단의 지도자로 박 위원장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일부 언론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운운하는 것에 대해 “박 위원장에 대해 여성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말하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위원은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달간의 소회를 전하면서
“처음에는 사실상 집권여당이 붕괴한 것이니까, 비대위가 들어섰으니까, 그런 사태에 대해 상당히 심각성을 깨닫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그런 게 별로 없었다. 특히 이런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어서 놀라웠다.
의원총회에서도 전재희, 김영선 의원 등이 한나라당 현실에 대해 비탄에 젖은 발언을 오래 했는데 비교적 양식이 바로 선 것으로 알고있는 그런 분들조차도 현상만 거론했지 원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한나라당 문제는 현상보다는 원인에서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원인에 대한 반성과 자성이 없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암울한 심정을 갖고 통탄하기에 앞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거듭 질책했다.
또 그는 “만일 이런 문제가 민간 기업에서 발생했으면 주주가 이사들을 그대로 뒀겠는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의 대표라고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갖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한달 남짓 된 현재까지의 비대위 활동에 대해 성공했느냐, 별로 한 게 없느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특별히 가시적 변화는 가져온 바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강정책을 손보고, 정치쇄신분야에서 공천절차를 정비한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전과 다른 변화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달 두달.. 세월이 가면 보다 본격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총선에 다소나마 한나라당에 힘을 보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같으면 선거를 앞두고 큰 정당의 이런 저런 중요한 위원회를 맡게 되면 공천이나 선거도 없이 당선되는 비례대표 의원이 되곤 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비대위원에 위촉되고 나서 ‘비례대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비대위 전체가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당에서 활동비를 지급하려고 했는데, 비대위원 결의로 사양했다.
그것은 그 당시 공공연하게 나오는 어떤 반대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도 있었다. 실제 야권에서는 비대위원 명단을 비례대표 명단 같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어버린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전환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점에서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