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한국군 기뢰 충돌' 가능성 제기
정부 소식통 "MB, '미제 기뢰'로 침몰 가능성 배제 안해"
조갑제 "백령도 앞바다는 한때 기뢰밭이었다"
조 전 대표는 7일 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의 한 소식통이 “이 대통령은 아무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정권이 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그 한 이유는 한국군이 과거 백령도 해역에 설치하였던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한국군이 서해에 깐 기뢰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으나 군 실무자들 가운데는 '수거되지 않은 기뢰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가 알아보니 이 대통령이 ‘말 못할 고민을 하는 사정’은 아래와 같은 정보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되었다"며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가 다 회수되지 않았고, 남아 있는 게 폭발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가 약한 데다가, 무엇보다도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 해저가 한때 기뢰밭이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1978년 무렵 우리 군은 북한군의 상륙작전에 대비하여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해변 앞 해저에 기뢰를 설치하였다. 이 기뢰는 육상조종기뢰(LCM: Land Controlled Mines)였다. 천안함이 침몰된 연화리 해변은 북한군의 상륙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당시는 이 해변이 자갈밭이었는데, 그 앞 바다에 기뢰를 설치하였다. 수심 10m 전후의 해저, 그러니 해변에서 수백m 떨어진 해저의 범위 안에 묻은 것이 원통형 기뢰였다. 이 기뢰는 고성능 폭약 약 200kg을 품고 있었는데 자체의 길이는 약1.8m, 지름은 50cm 정도였다.
당시 한국군은 기뢰를 만들 수 없었으므로 미군이 만든 기뢰를 한국군이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뢰엔 앵커라고 불리는 길이 5m 가량의 다리가 서너 개 붙어 있었다. 이 다리를 해저에 박아서 고정시킨다. 이 기뢰는 전기식으로 폭파된다. 기뢰의 뇌관(퓨즈)에 연결된 전선을 육상으로 끌어와 해변에 설치한 발파 통제소에 붙인다. 발파 통제소는 여러 개의 해저 기뢰와 연결된 스위치를 관리한다. 접근하는 적의 선박을 확인하면 이 스위치를 틀어 폭파시키는 것이다.
당시 우리 군에선 연화리 앞 해저에 약 30m 간격으로 수십 개의 기뢰를 묻었다. 나중에 전술적 효용성이 끝난 이 기뢰들을 철거하게 되는데 그때 문제가 발견되었다. 기뢰의 위치를 표시한 해상 부표가 사라진 것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이 부표는 비닐 끈으로 기뢰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부표가 없어지면 기뢰를 찾기 힘들다.
그는 이처럼 당시 상황을 전한 뒤 "해저에 박혀 있던 기뢰의 다리가 빠지거나, 다리와 기뢰 몸통의 용접부가 부식으로 떨어져 나가 기뢰가 조류와 해류의 힘으로 움직였을 수도 있다"며 "이 대통령은, 군이 연화리 앞 해저에 묻은 기뢰를 다 수거하진 못하였다는 정보를 보고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실종된 기뢰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일 수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 아마도 국정원은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며 "국회에서 답변하는 김태영 장관에게 청와대 비서관이 쪽지를 넣도록 하여 ‘너무 어뢰 쪽으로 기운다’고 견제한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군 기뢰에 의한 천안함 침몰 시나리오
조 전 대표는 더 나아가 "백령도 기뢰 부설에 관계하였던 한 인사는 이런 가능성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설명하였다"며 우리군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전하기까지 했다.
"1. 천안함이 연화리 근해를 항해하던 중 스크류가 해중에 떠 있던, 부표를 매었던 비닐 끈(손가락 굵기)과 접촉, 이를 감아올리기 시작하였다. 이 끈에 이끌려 기뢰가 올라온다.
2. 기뢰에 붙은 전선은 지름이 8cm 정도인 통 안에 들어 있다. 전선은 한국 회사의 제품이었다. 여러 겹의 방수장치가 된 통이다. 통의 다른 끝은 절단되어 있을 것인데, 그 경우엔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뢰가 스크류에 말려 선체와 충돌하여도 폭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안함의 스크류가 비닐 끈에 달려 올라온 전선 통을 어지럽게 끊으면서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면 해수와 작용, 순간적으로 전기가 발생(볼타 전지의 발전원리), 기뢰에 붙은 퓨즈식 뇌관을 작동시켜 기뢰가 터지게 된다.
3. 천안함은 한 가운데가 두 동강 났다. 이 때문에 기뢰보다는 어뢰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강하다. 이 관계자는 기뢰도 폭발할 때는 압력이 가장 낮은 곳, 즉 배의 선저 중앙으로 압력이 모이기 때문에 어뢰처럼 가운데서 두 동강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에 의하여 침몰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천안함을 인양하고 해저의 파편을 수거하면 알 수 있다. 미제(美製) 기뢰의 파편과 한국 회사에서 만든 전선 조각들이 발견될 것이기 때문이다.
5. 30년 넘게 바다 밑에 있던 기뢰가 과연 터지겠는가. 해수의 침식이나 해류 조류의 영향으로 화약이 부식되고 뇌관의 퓨즈가 손상되었다면 터질 수 없다. 방수가 잘 되어 화약과 퓨즈가 온전하다면 전기적 작용이 가해질 때 터질 수 있다."
그는 이같은 시나리오를 전한 뒤, "이러한 보고를 받았을 이명박 대통령의 머리 속은 복잡할 것이다. 군은 북한의 어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하는데 다른 기관에선 한국군의 기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니 북한 도발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발언을 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라며 '다른 기관'이란 표현을 사용,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한 정부 소식통이 군이 아닌 다른 기관쪽 인사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 조사단장을 민간인으로 삼고, 외국인과 공동조사를 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위에 소개한 시나리오도 실험되지 않은 가정에 입각한 추리이다. 예컨대 스크류에 전선이 감겨 피복이 벗겨질 때 과연 해수와 접촉, 전기가 발생, 뇌관이 폭발하는가는 실험을 해봐야 한다(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이 시나리오가 실제의 천안함 침몰에 이르려면 수많은 우연과 우연들이 이어져야 한다. 그만큼 확률은 낮아진다"면서도 "대통령 입장에선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도 이런 보고를 받으면 머리가 복잡해져 과감하게 발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북한측에 대한 통신감청에서 특별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과 결부시켜 '북한 개입 가능성 낮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며 이 대통령 고민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다.
정부 소식통 전언에 기초한 조 전 대표의 이같은 글은 앞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답변에서 우리측 기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일축한 직후에 백령도 해상에서 근무했던 일부 전역자들이 인터넷언론 등과의 인터뷰에서 "백령도 일대는 지뢰밭이었다"고 반박했던 증언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천안함 침몰 미스테리를 둘러싼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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