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그리스 쇼크'…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어 '재정위기' 지구촌 강타, 국가디폴트 우려 확산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8일(현지시간) 재정악화를 이유로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이는 지난달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낮춘 지 1개월 만에 다시 한 단계를 낮춘 것으로,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등급 아래로 낮춘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피치는 등급 하향조정 이유에 대해 "그리스 정부기관과 정책구조에 대한 낮은 신뢰성과, 중기 재정전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에는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A-'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통상적으로 '부정적'은 2~3달 후 추가 신용등급 하락을 의미한다.
S&P는 "새 정부의 전략이 공공부채 부담을 실질적이며 지속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조치로 판단한다면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겠지만, 반대로 새 정부의 전략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면 등급을 한 단계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듯,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앞다퉈 그리스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그리스 재정이 알려졌던 것보다 '엉망'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총선에 승리해 집권한 사회당 정부은 그동안 보수정권이 은폐해온 심각한 재정적자 상황을 공개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고, 정부부채는 GDP의 110%에 달하리라는 것. 한마디로 말해 국가 디폴트(국가파산) 전야를 의미한다.
잇단 신용등급 하락에 그리스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날 그리스 은행주는 8%이상 폭락했고, 그리스 정부채 금리는 최근 7개월래 최고치로 급등했다.
이에 그리스 재무장관은 긴급 성명을 통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시장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내년에 재정을 꾸려가려면 550억유로의 국채를 다시 발행해야 하나, 이를 사들일 곳이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올해도 사상 최대규모인 600억유로의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 국채는 국제적 연쇄 디폴트를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소화해줬으나, 지금은 EU나 독일 등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ECB가 그리스에 지원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며 그리스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그리스의 정정 불안도 외국 투자가들의 발길을 멀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지난해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15세 소년의 1주기를 맞아 지난 7일 아테네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5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이후 아테네 등 주요 도시에선 폭력 시위와 무정부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관공서 대상 방화 등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스 국가디폴트 위기'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지난해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대형금융기관 부실 위기였다면 '두바이 사태'에 이어 발생한 '그리스 사태'는 국가재정 위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드러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위기는 그리스만의 상황이 아니다. 영국은 이미 국채 발행을 실패할 정도로 재정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며, 동유럽 신흥국가들도 오십보백보다. 특히 전세계가 지난 1년동안 국제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온 결과, 미국을 비롯해 세계각국의 재정 상황은 급속 악화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어떤 나라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발할지,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재정 위기'라는 2차 글로벌 위기가 다시 지구촌을 엄습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최근 재정건전성이 급속 악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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