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형식-계란세례...정운찬 봉변
<현장> 전경 4500명 동원, 정운찬 "MB연설에 많은 국민 공감"
지난달 30일에 이은 두번째 방문에 나선 정 총리를 맞는 현지 주민들의 분위기는 대단히 험악했다. 전날 밤 이명박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행복도시 백지화를 공식 천명한 뒤여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 컸다.
정 총리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찾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앞에는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 등 1천여명의 인근지역 주민들이 모여와 규탄대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 총리, 한나라당 허수비아비 화형식을 갖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 '정운찬을 때려잡고 이명박을 탄핵하자'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나붙었다.
이들은 정 총리 방문은 원천봉쇄하려 했고, 이에 충남지방경찰청은 무려 4천500명의 경찰과 100여대의 전경버스를 총동원해 행복건설청 주변을 철통같이 겹쌌다. 참여정부 초기의 부안사태 발생때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병력 동원이었다.

정 총리와 민관합동위 위원들이 탄 버스들이 도로 양편을 전경버스들로 원천봉쇄한 가운데 행복청 입구로 들어서자 분노한 일부 주민들은 버스 위에까지 올라가 100여개 날계란과 음료캔 등을 수 차례 투척했고, 전경들이 방패로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 총리가 타고 간 버스는 터진 날계란 내용물이 흘러내려 얼룩이 졌다.
며칠 전 한나라당 세종시특위 의원들이 방문했다가 당했던 것과 동일한 봉변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주민 7명이 경찰에게 붙잡혀 시위대와 격려되기도 했다.
간신히 건설청에 들어선 정 총리는 지역주민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결코 세종시를 축소하거나 백지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마련하는 세종시 발전방안은 세종시를 지금보다 더 좋은 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부심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를 과학, 교육, 경제, 녹색 등이 융복합돼 최상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려 한다"며 ""세종시가 신생 녹색성장도시가 돼 다른 나라에 아이디어가 수출까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의 전날 방송에 대해 "진솔하고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자신감이 넘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셔서 많은 국민이 공감한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친 정 총리 일행은 다시 경찰의 철통 보호아래 성난 주민들의 항의속에 서둘러 건설청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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