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한국보수, 광대를 적으로 돌리다니"
김무곤 교수 "양반 풍자한 하회탈춤, 양반이 재정지원했거늘"
김무곤 교수는 이날자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 <광대를 위한 변명>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너무 둔감한 것인가. 아니면 오버하는 것인가. 언젠가는 미네르바라는 이름의 ‘인터넷 광대’를 단죄한다고 해서 웃음도 안 나오는 희극을 연출하더니, 이제는 진짜 본물(本物) 광대들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쇠고기 수입업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소동은 나라에도 정부에도 보수진영에도 한나라당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헛다리 짚기"라고 지적한 뒤, "이 소동이 촛불집회, 노무현 대통령 서거, 쌍용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이제 겨우 사회 갈등의 불씨를 수습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기름을 확 부어버리는 비극이 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연극에 광대가 필요하듯 사회에도 광대의 역할이 있다. 그들은 우리를 기쁘게 하고, 우리를 쉬게 하고, 우리 대신 부상(浮上)하고 우리 대신 추락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광대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광대의 가장 큰 존재 의미가 풍자이기 때문"이라며 배우들의 풍자에 사회가 너그러워야 하는 이유를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 <시경(詩經)>의 “풍자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라는 금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안동의 하회탈춤 역시 양반에 대한 광대들의 질펀한 풍자가 압권"이라며 "하지만 하회탈춤이 지금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세도가문 풍산 류씨의 재정지원 덕분이었다"며 역사적 사례를 지적했다. 그는 "양반들을 풍자하는 연희(演戱)를 양반 자신들이 지원하는 넉넉한 사회정신을 우리 사회가 계승해야 한다"며 한국보수의 경직성을 거듭 꼬집었다.
김 교수는 광대의 말을 무시하다가 완전히 몰락한 리어왕에게 광대가 “금관을 줘버린 것은 그대 골통 속에 지혜가 없어서이지”라고 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전여옥 의원 등에 가한 통렬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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