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에 일부 재계, 신문사, 방송사 등이 속으로 끙끙대고 있다. 12쪽 분량 문건에 고 장자연씨에게 성 접대를 받은 이들 분야 고위인사들의 실명과 접대 내역, 접대 장소 등이 상세히 기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건 전문을 입수했다고 밝힌 KBS <뉴스9>는 14일 문건에 성 접대를 받은 언론계 유력 인사, 기획사와 방송계 인사 등의 실명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SBS <8뉴스>는 14일 문건 일부만 입수했다며 나머지 문건에는 유명 드라마 PD, 모신문사 광고책임자, 대기업 임원, 광고주 등의 이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문건에는 연예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고위인사들이 다수 들어있다"며 "유력 인사들의 실명과 접대 내용은 물론, 장소까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일련의 보도는 고 장자연씨가 문건에서 "사장님의 지인들"로 표현한 인물들에 재계, 신문, 방송 등 세칭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의미로, 그 실상이 공개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임을 불을 보듯 훤하다. 국민 다수가 공황적 경제위기로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모범이 돼야 할 사회지도층이 성상납과 향응을 받으며 흥청망청 지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방송가 등에는 장자연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은 10명을 훨씬 넘으며, 상당수는 이름 석자만 드러나도 누구나 알만한 지도급 인사들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고인이 자살한 다음날인 8일 매니저 유모씨가 고인이 남긴 '문건'이 있다고 밝힌 뒤, 재계, 언론계 등 일각에서는 문건을 확보하려는 작업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었다. 문건에 자사 관계자 이름이 나올 경우 해당 기업이나 언론 등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될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장자연 리스트' 공개시 예상되는 가공스런 파괴력 때문인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분당경찰서의 오지용 형사과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문건을 입수했다면서도 문건에 실명이 적힌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몇명인가, 그들의 직업이 무엇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오 과장은 또 실명이 거론된 성상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도 "사실로 확인돼도 발표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어서 공익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과연 이번 사건의 실체가 명명백백히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여러차례 불거졌으나 대부분 처음에는 떠들썩하다가 흐지부지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성상납 등을 강요받으며 폭행, 감금 등의 폭력까지 당해온 연예인이 끝내 자살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유야무야 하려 했다간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 문건 원본이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어서 향후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