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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군중, 청와대 턱 밑까지 진출

<현장> 경찰, 광화문-미대사관-경북궁역까지 밀려

12일 오후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5만 군중들은 경찰의 봉쇄를 뚫고 청와대 턱 밑까지 진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하는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불과 3년 전, 참여정부의 탄핵을 막고 민주주의를 복구하기 위해 광화문을 메우고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손에는 이날 ‘근조 노무현 정권’이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이날 2차 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지난 4월 1차 대회 참가자의 3배에 달하는 5만명(경찰 추산 3만5천명)의 노동자, 농민, 학생, 영화인들이 모여 최근 들어 ‘반FTA 여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찰, 저지선 성난 민심에 밀려 광화문-미대사관-경복궁역까지 후퇴

경찰은 이날 2백3개 중대 2만2천명의 병력을 광화문과 경복궁역, 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모든 길목에 배치해 원천봉쇄에 나섰지만 참가자들의 산개 투쟁을 막지 못해 최초 봉쇄선이었던 광화문에서 미 대사관, 경복궁역 4거리까지 집회 공간을 허용해야했다.

마무리 집회가 열린 미국 대사관 앞은 지난 2002년 미선이.효순이 집회 당시 첫 점거 이래 4년 동안 단 한번의 집회도 허용하지 않은 철옹성이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한미 FTA는 미국자본의 권리장전이자 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짓밟고 끝내 협정체결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차 한미FTA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린 1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5만여명이 참석해 분노한 민심의 정도를 짐작케했다.ⓒ뷰스앤뉴스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간 띠 잇기'행사를 위해 5시경 가두행진에 나섰다.ⓒ뷰스앤뉴스


참가자들은 1시간 동안 길놀이, 각계인사 투쟁발언, 대국민호소문 발표순으로 간략히 본행사를 마무리짓고 곧바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실현’, ‘노동탄압 분쇄’, ‘망국적 FTA 저지’, ‘민주적 노사관계 쟁취’, ‘농축수산 개방 반대’, ‘스크린쿼터 쟁취’ 등의 만장을 앞세워 가두행진에 나섰다.

신라호텔로 향한 일부 학생대오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들은 본 행사를 마친 5시경 ‘청와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하지만 행진은 광화문 네거리를 40여대의 버스로 틀어막은 경찰의 저지선에 봉쇄당해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후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산발적인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첫 충돌은 시청 앞 광장에서 출발한 행진 대오가 광화문에 도착한 5시 30분경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교보문고 앞 횡단보도 양 옆 인도변에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소화기와 물대포, 참가자 일부는 죽봉을 들고 대치했다.

6시 10분에는 경찰의 최초 진압이 이뤄졌다. 방어에 치중하던 경찰 2백여명이 순식간에 참가자를 향해 돌진, 이들을 1백미터 가량 후퇴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방패 가격에 의해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의 진압 시도 이후 충돌의 강도가 더욱 높아져 30여분간 경찰과 참가자들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광화문 일대에서 난전이 계속됐다.

경찰과 참가자들은 각각 방패와 죽봉을 휘두르며 격렬히 충돌했다.ⓒ뷰스앤뉴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회원 1백50여명이 순식간에 경찰의 봉쇄망을 뚫고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까지 진출했다.ⓒ뷰스앤뉴스


경찰과 시위대간 1시간여의 밀고 당기는 대치 이후, 시위대 일부가 “청와대로 가자”며 광화문 교보빌딩 뒷골목을 통해 진출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40분, 선봉에 선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소속 대학생 1백여명과 전교조 깃발을 든 50여명의 시위대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최초 저지선인 광화문 4거리 돌파가 지지부진하자 상대적으로 경찰의 경계가 허술했던 교보빌딩 뒷골목을 끼고 5분여만에 세종로로 진출해 내달렸다.

청와대 앞까지 진출한 시위대에 당황한 경찰 “정신 안차려” 질책

갑작스런 시위대의 세종로 진출에 당황한 경찰은 긴급히 전경 2개 중대 가량을 투입해 경복궁 앞에 저지선을 짰다. 그러나 한번 뚫린 광화문 경계를 다시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6시 50분, 선봉대 1백50여명의 뒤를 이어 3백여명의 후발 시위대가 속속 경복궁 앞에 진출하기 시작, 결국 선봉대는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경복궁역 4거리, 통의동까지 진출했다.

오후 6시 55분. 선봉에 선 시위대 1백50여명은 청와대 앞 경찰의 경계를 피하기 위해 산개투쟁 방식으로 통의동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 급기야 청운동사무소 10m 앞 까지 진출했다. 생각지도 않은 시위대의 기습 진출에 경찰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청운동사무소를 최후 마지노선으로 삼은 경찰은 오후 7시 ‘청와대 사수’를 위해 청와대 인근 경찰을 총동원, 청와대 코앞까지 진출한 선봉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 곳곳에서 “정신 안차려”, “똑바로 안 막아”라는 무전기를 통한 질책성 외마디가 쏟아졌고, 이에 최후 마지노선에 정렬해있던 전.의경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었다.

이 날 범국본이 ‘청와대 앞 인간띠 잇기’ 행사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청와대 앞까지 시위대가 진출하게 될 줄은 경찰로서는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오후 7시 10분, 선봉대 1백50여명과 청운동사무소 앞 우리은행 앞에서 대치중이던 경찰은, 후발 시위대가 더 이상 경복궁역 4거리를 통해 진입하지 못하자, 선봉대를 경복궁역 4거리까지 밀어내기 시작했다. 선봉대가 경복궁역까지 밀리자 그제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전경 버스를 동원,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다.

경복궁 4거리를 비롯해 광화문 교보문고 앞, 정부종합청사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던 참가자들은 오후 8시 10분경 미 대사관 앞에서 정리 집회를 갖고 9시경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짓고 해산했다.

정리집회를 위해 미 대사관 앞으로 집결하는 참가자들.ⓒ뷰스앤뉴스


범국본 “13일에는 협상장소인 신라호텔로 향한다”

범국본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성역과도 같았던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FTA 저지를 천명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범국민대회는 성공적”이라며 “향후 계속될 한미FTA 저지 운동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범국본은 이날 범국민대회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본협상 나흘째를 맞는 13일에도 오전 10시 을지로 훈련원공원 결의대회, 오후 7시 광화문 촛불집회 등을 통해 투쟁을 이어간다.

특히 범국본은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한미FTA 장례식 및 결의대회’를 마치고 협상장소인 신라호텔을 향해 가두행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지난 10일 벌어졌던 경찰과 범국본의 격렬한 충돌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범국본 측은 이날 결의대회 참가인원을 5천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범국본은 이날을 ‘네티즌 행동의 날’로 정하고 청와대와 미 대사관에 항의글을 올리는 등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태풍 북상으로 인한 재난방송 일정 탓에 총파업을 연기했던 언론노조도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하루 총파업에 돌입,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FTA저지 투쟁에 동참한다.
최병성,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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