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례대표 K의원이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들어 1억여원이 넘는 금품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했다가 수사 중단을 요청, 파문이 일고 있다.

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마포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K의원 가족은 지난달 17일 새벽 3시께 도둑이 들었다고 관할 지구대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맨처음 K의원 가족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도난물품으로 신고한 내역은 1억1천만원 상당의 여성용 명품시계와 다이아몬드 1캐럿, 수표 1천600만원치, 현금 145만원 등 모두 1억3천여만원이다.

그러나 K의원은 신고 당일 저녁 경찰에 찾아와 수사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함께 도난 사실 자체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보안 유지'를 요청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K의원은 "없어진 시계와 수표 일체는 미국에 살다 잠시 귀국한 처제의 소유"라며 "내 피해액은 현금 45만원 뿐"이라고 진술했다.

K의원은 더 나아가 경찰이 도난당한 수표 번호 등을 캐묻자 "왜 그런 것까지 조사하려고 하느냐"며 강력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의원의 처제도 경찰에 나와 "도둑이 가져간 금품은 내 물건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의원측은 끝까지 수표번호 등을 알려주지 않으며, 대신 자신의 주택 주위에 대한 순찰 강화를 요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K의원은 지난 7월 18대 국회의원 재산 등록 당시 10억8천여만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이번에 도난 당한 명품 시계와 다이아몬드 등은 목록에 없었다.

경찰은 K의원의 수사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난사건은 친고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물 추적, 집 근처 CCTV 분석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K의원측도 수사 중단 요구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자,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수사를 계속해달라고 말해 범인 검거시 정확한 진상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