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루스벨트' 오바마와 그의 친구들
루스벨트의 사자후 "나는 특권계급의 증오를 환영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붙은 닉네임중 하나다. 이는 향후 오바마가 취할 경제정책의 방향을 예고하는 별명이기도 하다.
루스벨트는 글로벌 공황위기를 맞은 요즘 전세계적 '코드'이기도 하다. 국내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도 루스벨트를 벤치마킹, 격주로 라디오연설을 하고 있다. 심지어 극보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까지 "루스벨트도, 오바마도 좌파가 아니다"라며 종전의 색깔론 공세를 거두고 미국예찬을 나섰다. 야당들도 루스벨트식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시쳇말로 너도나도 온통 루스벨트다.
루스벨트 "나는 특권계급의 증오를 환영한다"
루스벨트는 미국인들이 역대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팍스 아메리카'라는 미국패권을 이룬 대통령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루스벨트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이유는 대공황때 그가 보여준 모습이다.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고 몇년 뒤 미국의 빈부 양극화는 사상최악으로 극심해졌다. 카네기, 록펠러, JP모건 등 미국재벌의 자산은 3배나 급증한 반면,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실업자와 빈민층이 급증했다. 초기 몇년동안에는 루스벨트도 대책을 못찾고 헤맸다. 그러던 와중에 "가난한 이들의 구매력을 살려주어야만 공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영국 경제학자 존 케인즈의 조언을 듣고, 상류층에 중과세를 해 거둔 돈으로 저속득층을 지원하는 '뉴딜 정책'을 1933년부터 본격적으로 단행하면서 비로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루스벨트는 저소득층과 농민층의 소득을 높여주고 일자리를 주기 위해 이들에게 소득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대출만기를 연장해주는 동시에, 정부주도로 테네시댐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켰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초과이윤세 등의 인상을 통해 조달했다. 그 결과 뉴딜 첫해인 1933년에 15억달러였던 연방정부의 세수가 1940년에는 53억달러로 3배이상 급증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 상류층과 공화당의 반발이 대단했다. 그를 "빨갱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이같은 사자후로 맞받았다.
"내가 뉴딜을 하는 것은 부자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다. 드디어 대결의 때가 왔다. 특권계급은 단결해 나를 증오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증오를 환영한다."
아무리 미국이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시장 실패'가 확인된 마당에 빈부 양극화를 방치했다가는 미국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파탄나며 정말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결단이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해,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등에 잘 표현됐듯 혁명전야까지 갔던 미국 기층민중의 분노가 잦아들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대공황은 그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이란 '전쟁 특수'를 통해 비로소 완전해소될 수 있었으나, 루스벨트는 1945년 승전을 앞두고 사망할 때까지 미국민이 헌법까지 바꾸면서 그를 4번이나 미국대통령으로 뽑을 정도로 미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으며 위기의 미국을 구해낼 수 있었다. 공동체의 다수 구성원을 우선시하는 '건강한 지성'이 위기해결사 루스벨트의 본질인 것이다.
오바마의 친구들과 미국
'검은 루스벨트' 오바마도 루스벨트의 뒤를 이으려 하고 있다. 그 역시 연봉 25만달러 이상의 미국내 5% 상류층에게 증세를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렇게 거둔 돈을 나머지 95% 국민에게 돌려줘, 위기의 미국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도전은 미국내 상류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대공황때 루스벨트가 "빨갱이" 소리를 들었듯. 또한 국제사회에도 거대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의 정책은 앞서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던 많은 나라들에도 커다란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벌써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조짐이 읽히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그의 오랜 조언자인 '투자의 신' 워런 버핏만 해도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 인하를 추진할 때 앞장서 반대했던 인물이다. 미국 공동체가 붕괴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 숱한 미국의 거부들도 오바마의 친구들이다. 이들은 상속세 인하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거대한 재산을 사회에 쾌척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씨알도 먹히기 힘들어보이는 오바마의 도전이 미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너도나도 오바마와 루스벨트를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깊게 되새겨봐야 할 미국의 저력이자 우리 시대의 핵심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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