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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들, 달리는 차량 피해가며 '아찔한 청소'

<독일월드컵>거리응원 아직도 100점 만점에 50점

대한민국과 프랑스와의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있던 19일, 지난 14일 토고와의 1차전 때 보여주었던 무질서한 거리응원은 많이 개선됐으나 ‘2002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성숙한 시민의식을 재연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토고전 거리응원 직후, 승리에 취해 거리응원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이 지나가는 차량 위에 올라가 차체 지붕이 내려앉는 것과 같은 무질서한 거리응원 행태는 이번 프랑스 전 거리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발적인 거리응원 의 뒷마무리에 해당하는 거리청소는 낙제점인 것으로 보인다.

돌출 행동 없었으나 응원장 뒷정리는 여전히 미흡

프랑스전이 끝난 19일 오전 6시께,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메운 20여만명에 이르는 거리응원 인파들은 경찰의 통제하에 불과 15분여만에 광화문 4거리 도로변에서 인도변으로 물러났다.

한 미화원이 광화문 8차선에서 위험천만한 곡예 청소(?)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각자 쓰레기를 치웠다면 이런 위험한 일을 미화원들에게 내맡기지 않았어도 됐다 ⓒ김동현


경기가 끝난 오전 6시는 아침 출근 시간과 겹치기에 경찰은 시민들이 인도변으로 모두 물러나자 광화문 4거리 차량통행을 재개시켰다. 동시에 종로구청 소속 가로정비 미화차량 15대가 곧바로 두입돼 광화문 4거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인파가 빠져나간 뒤의 광화문 8차선 도로는 곳곳에 널부러진 쓰레기들로 그 흉물을 드러냈다. 컵라면 용기, 맥주 캔 들이 차도위에 나뒹굴었고 조각조각 난 색종이들은 춤을 추며 차도를 점령했다.

세종문화회관 쪽에서 거리응원을 진두지휘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경기직후 방송을 통해 “제발 우리가 앉았던 자리만큼은 미리 나눠주었던 쓰레기 봉투에 담아 치우고 갑시다. 우리가 안치우면 우리 부모님같은 미화원 아저씨들이 대신 치워야 합니다”라며 광화문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을 독려했다.

‘붉은악마’는 경기내내 외쳤던 “대~한민국” 구호 대신에 “청소, 청소”를 외치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화답없는 외침’이었다. 붉은 악마 회원들과 일부 자발적 거리청소에 나섰던 일부 시민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강호 프랑스와 비겼다는 행복감에서인지 하늘위로 더 많은 색종이를 뿌려대며 환호했다.

10만 인파가 광화문을 빠져나간 뒤,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가 들어나며 한국의 시민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동현


미화원들, 달리는 차량 피해 광화문 8차선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덕분에 아침 출근길을 터주기 위한 종로구청 관할 미화원들의 ‘위험천만한 고개’가 이어져야 했다. 한 쪽 차선에서는 가로정비용 미화차량이 거리를 쓸어내며 달리고 있었고, 또 다른 차선에서는 버스가, 그 너머 차선에는 출근길 차량이... 미화원들은 그 사이 사이를 누비며 8차선 한복판에서 허리도 못 펴고 연신 쓰레기 더미를 집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열려있는 차량 지붕 덮개 위에 몸을 내빼고 광화문을 질주하던 일부 시민들과 모 기업에서 제작한 홍보용 개폐식 차량 위에 올라타 “대~한민국”을 외치던 사람들은, 환경 미화원들의 위험천만한 쓰레기 수거는 안중에도 없었다. 덩달아 3명 이상 탑승한 오토바이들이 경적을 울리며 미화원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등 도로위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이렇게 이 날 1백30여명의 종로구청 미화원들이 투입돼 광화문 곳곳을 청소했다. 이들 미화원들은 새벽 3시부터 출근해, 붉은 악마들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을 때 구 관할 지역을 청소하느라 바빴다. 그러고선 오전 6시께 광화문 거리응원장 청소에 일제히 투입됐다.

환경미화원은 달리는 차량을 피해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반면,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을 내질르며 미화원들을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김동현


서울 광장과 청계천 인근 청소를 위해서도 중구 관할 미화원 1백80여명이 투입됐다. 이 날 쓰레기 수거를 위해 종로구는 3백리터짜리 마대 8백장을 동원했고 중구는 1백리터 쓰레기봉투를 3천장이나 준비했다.

미화원들과 구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거리응원 뒷정리가 “비교적 지난번(토고전) 보다는 쓰레기량이나 일거리면에서 한결 나아진 것 같다”면서도 “지난 2002년때와는 아직 비교하기 힘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광화문 차도 위에서 응원하던 10만 인파의 경우, 각자 자신들의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인도변 수거장소로 가지고 왔어야 함에도 도로 한복판에 쓰레기를 군데군데 집결시켜 두고 도로를 빠져나와 결국 미화원들이 다시 도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한 미화원은 “그래도 도로위에다 군데군데 쌓아두기만 해도 그게 어디야? 쓰레기를 자기 집에 가지고 갈 것은 꿈도 안 꿔...”라며 씁쓸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기업홍보용 개폐식 차량까지 나와 광화문을 질주하고 있다 ⓒ김동현


광화문 지하보도. 역사, 한쪽에서는 쓰레기 나뒹굴고, 또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다름아닌 광화문 지하보도와 지하철 역사.

지하보도에는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지만 치우는 사람을 보기는 드물었다. 그나마 광화문 도로 한복판에서는 자발적인 청소에 나선 시민들이 띄엄띄엄 눈에 띠었지만, 광화문 역으로 통하는 지하보도는 전무후무 그 자체였다.

물론 청소는 광화문 역사 청소를 담당하는 청소 아주머니들의 몫. 수만명의 응원인파가 이용하는 광화문 지하보도와 역을 고작 6명(인근 역사에서 2명 지원 포함)이서 처리하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주머니들은 광화문 지하철 매표소에서부터 광화문 지하보도까지 1백50여미터를 훑어야했다.

아주머니들이 쓰레기를 주우며 훑고 지하보도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동안, 지하철을 이용하러 광화문 역으로 내려오던 시민들이 겹치기도 했지만 아무도 널부러진 쓰레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역사 내 쓰레기 청소를 위해 미화원들이 나섰으나 좀처럼 도와주는 붉은악마가 없다 ⓒ김동현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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