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06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상대인 토고 축구대표팀이 감독 사임설 등 극한적 내분에 휘말리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한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수확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토고팀 내분에 방심할 경우 자칫 일격을 맞을 수도 있어, 한국대표팀이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dpa> <로이터> <폭스스포츠> 등, 토고감독 사임설 보도
독일의 <dpa통신>은 10일(한국시간) 오토 피스터(68.독일) 감독이 사퇴했다고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피스터 토고감독이 불화끝에 사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타전하고 “팀내 보너스 불화문제로 피에트 함베르크 수석 코치와 함께 9일 10시20분(현지시간) 훈련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토고 팀 주치의인 요아킴 슈베르트(68)가 독일 <키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토고 축구협회와 피스터 감독이 원활한 관계를 가져왔는데 갑작스럽게 사퇴해 상황이 최악에 이르렀다. 아마도 피스터 감독으로서는 더 이상 선수단을 이끌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의 <폭스스포츠>는 익명을 요구한 한 토고 선수가 “그는 떠났다”고 말했다며, "그동안 감기 증세가 심한 데다 선수단의 수당 문제로 심각한 불화를 겪은 68세의 노감독이 결국 견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스포츠>는 국제축구연맹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피스터 감독이 토고 축구협회와 상황에 대한 의논을 하기 위해 떠났다는 설이 있고, 또 팀 감독직을 사임했다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토고 관계자도 있었다”고 전하며 “지난 91년 가나 17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었던 피스터 감독이 자신들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케시 전 감독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던 토고 선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는 점도 이번 불화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축구연맹 관계자는 “토고 대표팀 아쿠사 기술 고문이 보너스 지급 문제로 팀내 심각한 내분이 생겨 훈련이 취소됐다고 밝혔다”며 “선수들과 축구협회 간의 갈등이 심해서 직접 토고 총리에게 독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9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방겐 알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고 대표팀의 팬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이 정식 훈련 대신 족구를 하며 우회적 훈련 보이콧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인당 3천6백만원 때문에 토고축구협회와 선수단 갈등
토고 팀 내분의 가장 큰 이유는 첫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토고 선수들이 본선 출전에 대한 보너스 문제. 선수당 3만유로, 우리돈으로 3천6백만원 정도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보너스를 받지못하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대부분 유럽리그에서 뛰는 토고 선수들은 자신들의 실력에 걸맞게 이번 월드컵에서 출전 수당 15만5천유로와 승리 수당 3만유로, 무승부 때 1만5천유로 등 한화 2억4천만원의 수당을 요구, 가난한 토고의 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토고 축구협회 회장인 로크 그나싱베 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가 전격 취소하고 오토 피스터 감독, 함베르크 수석 코치도 훈련장에 나타나지 않는 데다 공식훈련도 며칠째 실시되지 않으면서 토고팀의 내부 불화설이 그동안 증폭돼왔다.
실제 오터 피스터 감독은 지난 4일 미디어센터 개소식에서 참가했던 외신기자들이 출전 수당으로 인한 갈등 문제를 묻자 “모든 팀들에게도 똑같은 문제인데 왜 토고만 그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 세우냐. 회장과 선수들이 만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토고 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수당 문제를 큰 문제 없이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고는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에도 경기 직전까지 수당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돈 문제로 갈등과 선수단 내분을 겪어야했던 토고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고, 그동안 선수단을 이끌었던 스티븐 케시 감독이 경질되면서 오토 피스터 감독이 후임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파우레 그나싱베 토고 대통령의 형이기도 한 로크 그나싱베 토고축구협회장은 최근 <AFP통신> 및 <BBC>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단과 수당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해왔으며 서로 이해할만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수당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지만 불화설은 잇따라 제기돼왔다.
<dpa통신> 등 외신들은 현재 토고 선수들은 일체의 훈련 일정을 거부한 채 방엔의 베이스캠프 내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으나 실제 훈련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고의 자중지란을 접한 축구인들은 "유럽무대에서 거액을 벌고 있는 선수들이 가난한 국가재정은 생각치 않고 지나치게 돈문제를 밝히는 게 아니냐"며 상업주의에 물든 토고 선수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