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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복 "이명박, 박근혜에게 후보 양보하라"

[이명박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전문] '후보 교체론' 공론화 파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보수진영내 위기감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보수인사인 이동복씨가 23일 공개서한을 통해 이명박 후보에게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박근혜 전대표에게 양보하라고 촉구, 파문이 일고 있다.

물밑에서만 나돌던 '후보 교체론'이 마침내 공론화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날 <조갑제닷컴>에 기고한 '이명박 후보에게 드리는 이동복의 공개서한-대선 후보를 박근혜 씨에게 양보하십시오'라는 글을 통해 "이 후보님, 대선 선거일까지 불과 27일을 앞둔 시점에서 지금 온 나라는 불안 속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 소위 BBK 의혹은 이 후보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이 후보를 놓아줄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BBK 의혹에 대한 보수진영의 극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항간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12월5일경에 있을 것이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검찰이 12월5일경에 후보로서의 거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라며 "만약 그렇게 되어서 실제로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어렵게 되기라도 한다면, 대선 정국에는 실로 중대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만약 12월2일부터 19일 투표일까지 사이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직선거법 제51조에 의거하여 대타(代打) 후보의 추가 등록이 불가능해져서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경선후 60%까지 급등했다가 최근 40% 전후로 급락한 이명박 후보 지지율을 거론하며 이 후보가 왜 후보 사퇴를 해야 하는가를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선 기간을 통해 이 후보의 여론지지도가 40% 대 20%의 배수(倍數)를 유지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께서 실제로 거둔 승리는 박빙의 신승(辛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나라당>의 경선을 통해 이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뒤 이 나라 유권자들이 보여준 표심의 흐름은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8월20일 이후 이 후보의 지지도는 60% 수준으로 뛰어 올랐습니다"라며 "이 같은 지지도의 흐름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의 대부분이 이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꾸었음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40% + 20% = 60%라는 ‘합산의 흐름’이 일단 형성되었던 것이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여기에 이미 예고되었던 거머리가 등장하여 이 후보에게 들러 붙었습니다. 소위 BBK 의혹이 그것입니다. 물론 그 밖의 다른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문제의 BBK 의혹은 ‘이회창 변수’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60%가 무너졌습니다"며 "지지도는 다시 40% 대 20%의 구도로 환원되었습니다. 내용적으로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분명히 이명박 지지로부터 이회창 지지로 집단 이주를 단행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것입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 이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40%가 '대안 부재론'에 따른 것임을 지적한 뒤, "그러나 문제의 BBK 의혹이 ‘뇌관’은 살려 둔 채로 대선 선거기간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이 같은 표심에 미묘한 동요의 동요가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눈에 뜨이는 현상이 ‘표심의 피로(疲勞)’ 현상입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불안해 하고 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안 부재론’에 입각하여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해온 표심의 상당수가 BBK 스캔들의 언저리에서 발생하는 다른 엉뚱한 문제들로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후보 자녀들과 운전기사의 ‘위장’(?) 취업과 이를 통한 ‘탈세’ 의혹이 그것들입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최근 잇따르는 스캔들을 꾸짖었다.

그는 이어 "그런가 하면, 많은 사람들은 BBK 스캔들의 테두리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둘러싼 혼선이 수습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명함 문제라던가, 김경준 씨를 처음 만난 시기와 또 이와 관련하여 미국 체류 중이던 이 후보가 1999년 중 일시 귀국한 일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관련한 혼선들이 그것들입니다"이라며 "'가랑잎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이 후보 쪽에서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혼선들을 시원하게 해소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 후보를 지지해 오던 표심의 불안감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수진영 일각의 '보수 확장론'이 '공도공망'할 위험성이 큰 생각임을 지적한 뒤 "이명박 후보님, 저는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는 동안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라며 "이 후보께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이 상황을 해소시키기 위한 위대한 결단을 내려 줄 것을 권고하고자 합니다. 이명박 후보님, 저는 이 후보께서 이번 대선 도전의 꿈을 접으시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자리를 지난 번 경선에서 이 후보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양보하실 것을 권고합니다"라며 후보 양보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만약, 이 후보께서 이 같은 결단을 내려 주기만 한다면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BBK 스캔들의 늪으로부터 일거에 탈출하게 될 뿐 아니라 대선 정국을 뒤덮고 있는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시켜 이번 대선을 ‘하나마나’ 선거로 변모 시키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시점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옹립되면 이회창 후보는 당연히 독자 출마를 접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이명박 후보님, 저는 오늘이라도 이 후보의 주도 하에 <한나라당>이 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난국 타개를 위한 긴급 공식 기구 모임을 가질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공식 기구 모임을 통하여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박근혜 씨로 변경하는 당론 조정과 이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합니다"라며 "이를 통하여 가급적이면 27일의 후보 등록 마감 시한 이전에, 그렇지 않다면 늦더라도 12월1일의 후보 추가 등록 마감 시한 이전에 후보를 변경하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것을 권고합니다"라고 후보 교체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대표를 향해서도 "저는,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를 이 후보로부터 박근혜 씨로 바꾸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이명박ㆍ박근혜 두 분 사이에 지난 번 이 후보께서 선언했던 ‘국정 파트너’로서의 역할 분담을 역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박근혜 후보가 선언할 것을 권고합니다"라며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 대선에서 승자가 되고 그렇게 하여 정권을 담당하게 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 및 ‘대북정책’의 영역을 관리하고 대선 후보의 역할을 양보한 이 후보는 새 정권의 ‘국무총리’가 되어 경제 분야의 민생 부문을 총괄하는 ‘꿈의 정부’(Dream Government)를 선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복씨의 이같은 후보 교체론은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돼온 물밑 논의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표적 보수인사인 이동복씨가 이명박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박근혜 전대표에게 양보하라고 공개서한을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은 이동복씨의 글 전문.

[이명박 후보에게 드리는 이동복의 공개서한] 대선 후보를 박근혜 씨에게 양보하십시오

이명박 후보님, 요즘 후보님 심회(心懷)가 어떠하십니까. 제17대 대통령선거가 드디어 코앞으로 닥아 섰습니다. 오늘은 11월23일, 이제 이틀 뒤인 25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후보 등록이 실시됩니다. 이 후보께서도 25-26 양일중에 <한나라당> 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인 27일부터 23일간 국가의 운명을 건 일대 결전이 막을 올리게 됩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어깨에는 실로 막중한 짐이 실려 있습니다. 만약 이번에 이 후보께서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수행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 후보께서는 국가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이번 대선의 시대적 명제인 정권교체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님, 대선 선거일까지 불과 27일을 앞둔 시점에서 지금 온 나라는 불안 속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 소위 BBK 의혹은 이 후보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어서 이 후보를 놓아줄 기미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문제의 김경준 씨가 LA로부터 송환되어 검찰에 의한 구속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수사 진행 상황은, 그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25일은 고사하고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27일까지 결정적인 수사결과를 공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검찰 수사의 테두리 밖에서 김경준 씨의 부인, 누나, 부모들이 등장하여 소음공해를 가중시키고 있지만 그들의 등장이 수사종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제11조에 의거하여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는 선거기간 중 ‘신분 보장’이 제공됩니다. 이 조항에 의하면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 시까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출마한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기간 중에는 사실상 수사 진행이 불가능해 질 것입니다. 작금 전해지고 있는 수사 상황에 의하면 지금 BBK 사건 수사에서 관건은 김경준 씨 측에서 주장하는 소위 ‘이면계약서’의 존재 여부를 가려내는 것으로 일단 압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문제의 ‘이면계약서’에 등장하는 서명 또는 날인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가려내야 하는 기술적 난관 때문에 좀처럼 수사의 속도가 붙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현재의 진전에 따른다면 27일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잘 된다 해도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수사를 일시 중지하고 12월19일의 대통령선거 이후에 수사를 재개한다는 발표를 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이후 대통령선거전은 23일의 전 선거기간을 통해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채인 소위 ‘이면 계약서’를 중심으로 문제의 BBK 스캔들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날이 새고 저물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선거전 양상의 중대한 왜곡이 불가피해 지는 것입니다.

항간에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12월5일경에 있을 것이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검찰이 12월5일경에 후보로서의 거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어서 실제로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위치를 지키기 어렵게 되기라도 한다면, 대선 정국에는 실로 중대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만약 12월2일부터 19일 투표일까지 사이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공직선거법 제51조에 의거하여 대타(代打) 후보의 추가 등록이 불가능해 져서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나라 유권자들에게는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은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이 후보를 둘러싼 스캔들 의혹으로 얼룩지기 시작했었습니다. 전 경선 기간을 압도한 이슈는 이른바 ‘땅 투기’ 의혹이었고 그 중심에 문제의 ‘도곡동 땅’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집요하게 벌인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께서는 경선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땅 투기’ 의혹은 분명히 이 후보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대부분의 경선 기간을 통해 이 후보의 여론지지도가 40% 대 20%의 배수(倍數)를 유지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께서 실제로 거둔 승리는 박빙의 신승(辛勝)이었습니다. 많은 경선 참가자들 사이에 동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나라당>의 경선을 통해 이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뒤 이 나라 유권자들이 보여준 표심의 흐름은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8월20일 이후 이 후보의 지지도는 60% 수준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50%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지명대회에서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잠재웠던 박근혜 후보의 감동적인 ‘패배 수락’ 연설의 영향이 없지 않았겠지만, 이 같은 지지도의 흐름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의 대부분이 이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꾸었음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40% + 20% = 60%라는 ‘합산의 흐름’이 일단 형성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미 예고되었던 거머리가 등장하여 이 후보에게 들러 붙었습니다. 소위 BBK 의혹이 그것입니다. 물론 그 밖의 다른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문제의 BBK 의혹은 ‘이회창 변수’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60%가 무너졌습니다. 지지도는 다시 40% 대 20%의 구도로 환원되었습니다. 내용적으로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분명히 이명박 지지로부터 이회창 지지로 집단 이주를 단행한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바꾸지 않은 40%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3일자 <중앙일보>는 ‘전국 지지율’의 차원에서의 이명박ㆍ이회창ㆍ정동영 세 후보의 지지율을 40%ㆍ19%ㆍ13%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지지율이 보여주는 사실은 한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40%의 표심은 여전히 이번 대선의 시대사적 명제는 ‘정권 교체’를 통한 ‘좌파 정권의 퇴출’과 이를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것”이고 이를 이룩하는 방법은, 이 후보의 결백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 이외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대안 부재론(代案 不在論)’에 의하여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한나라당>의 후보가 이 후보입니다. 따라서 40%의 표심은 지금도 이 후보 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BBK 의혹이 ‘뇌관’은 살려 둔 채로 대선 선거기간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이 같은 표심에 미묘한 동요의 동요가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눈에 뜨이는 현상이 ‘표심의 피로(疲勞)’ 현상입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불안해 하고 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안 부재론’에 입각하여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해온 표심의 상당수가 BBK 스캔들의 언저리에서 발생하는 다른 엉뚱한 문제들로 짜증을 내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후보 자녀들과 운전기사의 ‘위장’(?) 취업과 이를 통한 ‘탈세’ 의혹이 그것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많은 사람들은 BBK 스캔들의 테두리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일들을 둘러싼 혼선이 수습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명함 문제라던가, 김경준 씨를 처음 만난 시기와 또 이와 관련하여 미국 체류 중이던 이 후보가 1999년 중 일시 귀국한 일이 있었는지의 여부와 관련한 혼선들이 그것들입니다. “가랑잎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이 후보 쪽에서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혼선들을 시원하게 해소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 후보를 지지해 오던 표심의 불안감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금 이 후보는 물론 이회창 지지 캠프로부터 매우 위험한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BBK 스캔들의 늪 속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도가 13%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안주하여 이른바 ‘보수 양자 대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ㆍ이회창 두 후보가 함께 나와서 다투어도 대선 승자는 두 사람 가운데서 나오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지금 여론 조사에서 들어나고 있는 정동영 지지율 13%는 12월19일 투표함의 개함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 투표함 속에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저지해야 한다는 데 이해를 함께 하는 이 나라 ‘좌파’ 세력과 김대중 씨의 절대적 영향 하에 있는 호남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되어 정동영 후보에게 기표되어 들어 앉아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 같은 표들의 합산체는 분명히 13%가 아닐 것이 틀림없습니다.

반면, 이념적 정체성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꺼지지 않는 BBK 스캔들의 와중에서 동요가 시작되고 있는 이 후보 지지 표심의 이탈과 이회창 후보 쪽으로의 이주가 증가할 경우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실로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상황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ㆍ이회창 두 후보의 ‘보수 양자 대결론’은 두 후보의 ‘공도공망론(共倒 同亡論)’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특히 이회창 후보 캠프 쪽에서는, 대선 막바지에서의 ‘후보 단일화론’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루가 아닌 현실공간에서의 이 나라의 정치문화는 그 같은 가능성이 사실은 비현실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87년에 있었던 13대 대통령선거의 경우입니다. 그 때도 야당의 김영삼ㆍ김대중 후보 사이에 이번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 두 야당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실패하여 결국 여당의 노태우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이 같은 상황이 또 재연되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고 그 같은 상황의 재연을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느냐는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님, 저는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는 동안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아주 짧은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번 대선 후보 등록 마감 날인 26일까지 남아 있는 나흘 동안과 공직선거법 제51조에 의거하여 ‘정당 후보’의 ‘유고’ 시 대체 후보의 ‘추가등록’ 마감 날인 12월1일까지 남아 있는 9일 동안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 여유입니다. 저는 이 짧은 시간 여유를 이용하여 이 후보께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이 상황을 해소시키기 위한 위대한 결단을 내려 줄 것을 권고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후보께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어렵겠지만 나라를 위하여 이 같은 위대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이명박 후보님, 저는 이 후보께서 이번 대선 도전의 꿈을 접으시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자리를 지난 번 경선에서 이 후보의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양보하실 것을 권고합니다. 만약, 이 후보께서 이 같은 결단을 내려 주기만 한다면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BBK 스캔들의 늪으로부터 일거에 탈출하게 될 뿐 아니라 대선 정국을 뒤덮고 있는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시켜 이번 대선을 ‘하나마나’ 선거로 변모 시키게 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시점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옹립되면 이회창 후보는 당연히 독자 출마를 접을 것입니다. 이미 그 분은 21일 있었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되었었다면” 자신이 독자 출마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그 분의 어록으로 남겨 놓은 바 있습니다.

만약 이명박 후보께서 지금의 헝클어진 대선 정국을 단 칼에 풀어내는 위대한 결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씨가 독자 출마의 선택을 접지 않는다면 그 분은 자신의 이번 독자 출마가 스스로 힘주어 강변하는 공의(公義)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그 분 자신의 사리사욕에 입각한 것임을 만천하에 들어내 주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 분은 이 나라 정치발전사에서 결코 씻길 수 없는 중죄인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만약 이번에 이 후보께서 ‘정권 교체’의 대의를 위하여 살신성인의 결단을 결행한다면 이회창 씨도 그에 상응하는 결단을 단행함으로 해서 지금 국민적 염원이 되어 있는 ‘좌파 정권 퇴출’의 밀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명박 후보님, 저는 오늘이라도 이 후보의 주도 하에 <한나라당>이 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난국 타개를 위한 긴급 공식 기구 모임을 가질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공식 기구 모임을 통하여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박근혜 씨로 변경하는 당론 조정과 이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합니다. 이를 통하여 가급적이면 27일의 후보 등록 마감 시한 이전에, 그렇지 않다면 늦더라도 12월1일의 후보 추가 등록 마감 시한 이전에 후보를 변경하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것을 권고합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의거하여 <한나라당> 경선에 참가했던 박근혜 씨는 이번 대선 참가의 길이 봉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 후보께서 후보직을 시간이 있을 때 사퇴하는 경우에는 해소될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궐석(闕席)이 된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할 수 있고 이 절차를 통해 박근혜 씨를 후보로 선출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반드시 챙겨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은 이번 대선 정국에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분들이 기대를 걸었던 특히 경제분야에서의 이 후보의 능력과 경륜이 이 파동으로 소실되거나 유실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일입니다. 그 동안 나라의 경제 파탄에 신음하는 많은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의 경제난국을 극복하여 나라와 국민이 내일에의 희망을 갖게 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이 같은 국민적 희망이 망실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바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저는, <한나라당>이 대선 후보를 이 후보로부터 박근혜 씨로 바꾸는 결정을 하게 될 경우에는, 이명박ㆍ박근혜 두 분 사이에 지난 번 이 후보께서 선언했던 ‘국정 파트너’로서의 역할 분담을 역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박근혜 후보가 선언할 것을 권고합니다. 박근혜 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어 대선에서 승자가 되고 그렇게 하여 정권을 담당하게 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 및 ‘대북정책’의 영역을 관리하고 대선 후보의 역할을 양보한 이 후보는 새 정권의 ‘국무총리’가 되어 경제 분야의 민생 부문을 총괄하는 ‘꿈의 정부’(Dream Government)를 선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님, 오늘 이 공개서한을 통해 이 후보에게 권고하는 결단은 이 후보께는 매우 어려운 결단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 모두의 공통의 염원이 진정 ‘정권 교체’이고 ‘좌파 정권 퇴출’이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함께 이 같은 결단을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적으로 실로 엄숙한 시점에 서 있다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후보의 심중(深重)한 고민이 있으시기를 바라 마지않습니다. 저도 이 서한에 담은 내용을 글로 적는 것이 쉽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바심을 이기지 못 해서 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 행간에 담겨진 고민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여기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2007년11월23일

서울 한 구석에서
李東馥 드림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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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3 4
    멍박

    당선축하금 주면 양보하지
    30대,재벌만 걷어도 얼마일까?

  • 3 5
    이동복씨...

    이동복씨...
    지금 우리나라에 여자대통령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더군다나..
    이회창후보가 사퇴한다고요 ?
    이회창후보는 "대통령이 하고싶어" 치밀한 준비 끝에 나온 사람입니다.
    박근혜로 나오면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여자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상 아직 불안하다.
    라고 들고 나올게 뻔한데..
    그 의견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져 있습니까 ?
    차라리 이회창 후보와 통합을 하고
    한나라당내에서 후보를 이회창 후보에게 넘겨주는 형식이
    그것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 3 4
    다카기소위

    그네는 논산훈련소부터 갔다 오라 그래
    공주 물 빼게.

  • 5 3
    독자

    에이, 국무총리는 장말 어렵죠.왜냐하면...
    장상씨나 누구더라 매일경제 장대환사장도 위장전입 같은걸로 청문회를 통과할 수없는데...이명박씨는 더 큰 문제가 있는데도 통과할 수있남요?
    왜요? 아하, 한나라당이니까요?
    한나라당에게 법은 다른 국민과 달리 적용되니까...맞아 그럴수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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