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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외교위,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 채택

'대량학살' 규정에 나토 동맹국 미-터키 관계 최악국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20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 의한 아르메니아인 집단 살륙을 '대량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터키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됐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는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대 입장 표명을 일축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이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살해를 '대량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27대 21로 가결했다.

미군의 이라크 정책에 적극 협력해온 터키 정부는 결의안의 채택에 강력히 반대해온 가운데 외교위는 이날 통과한 결의안에 대해 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기존 방침을 번복해 부시 대통령의 경고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하원 본회의에 보내게 된다.

부시 대통령과 고위 정부 관리들은 외교위 소속 의원들에게 결의안에 반대할 것을 막판까지 설득했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외교위의 표결 수시간 전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나토와 대테러전에서 주요 동맹인 양국 관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또 대니얼 프리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라크 파견 미군이 터키 군 기지를 이용하고 있는 것을 상기시키며 "양국 관계와 미국의 이익 모두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고, 콜린 파월, 헨리 키신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 8명의 전직 미 국무장관들은 결의안에 대한 표결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의안을 지지해온 민주당의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는 "이 법안은 현 정부나 터키 국민에 관한 것이 아니라 거의 100년 전에 저질러진 한 비극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 것이 아르메니아인에게 가해진 대량학살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하며 찬성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의안이 법률적 구속력은 갖지 않으나 미국 하원이 터키가 부인해온 학살의 역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아르메니아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5~1917년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백50만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터키측의 항의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을 채택한데 대해 터키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으며, 특히 나비 센소이 워싱턴 주재 터키 대사는 "당연히 결의안 통과는 슬픈 결정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레게멘 바기스 터키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도 11일 새벽 현지 <NTV>와 회견에서 미 하원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앞으로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괴되는 것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백명의 터키인이 결의안 채택에 항의, 앙카라의 미국대사관과 이스탄불의 영사관 앞에서 가두 시위를 벌였으며, 미국대사관은 터키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미국민에 대해 만약의 폭력 사태를 경고했다.

앞서 터키 정부는 작년 10월 프랑스 하원에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법안이 통과되자, 양국 간 군사 교류는 물론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 협상도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취한 바 있다.

터키는 미 하원 본회의에서 이번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미군의 남부 공군기지 사용을 제한하는 등 대응조치를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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