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참사 유가족 만나 "정부 대표해 사죄"
유가족 눈물 "참사 원인, 책임자 처벌, 진정성 있는 애도 필요"
이 대통령은 이날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 후 일어나 허리를 숙였고, 일부 유족들은 흐느끼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 받을 때, 또 국민이 보호 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며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아마도 이런 자리를 참으로 오래 기다리셨을지도 모르겠다"며 "충분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충분한 배상이나 보상, 또 충분한 사과나 위로의 이야기도 없었다고 생각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러분이 주신 말씀을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여러분들의 아픈 말씀도 국민들과 함께 듣고 필요한 대책을 함께 만들어 나감으로써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족들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참사 원인 및 국정조사,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족 협의회 대표는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및 지방정부 지원,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설립 및 임시 추모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구했다. 최 대표는 "충북도지사 관련 사안에 대해 검찰 수사가 형평성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달라"며 김영환 지사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송해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한 번만 만나달라, 159명의 억울함을 제발 들여다 봐달라, 아이들의 이름과 꿈을 잊지 말아달라 했지만 돌아온 건 차갑고 긴 침묵뿐이었다”고 윤석열 전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사와 애도, 참사 관련 정보 공개 등을 촉구했다.
김유진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기 대표는 특별법 개정을 통한 진상규명, 항공철도 조사위원회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시간 제약으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는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이 비치되었으며, 모든 참석자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 후 제출해 대통령이 직접 모든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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