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윤석열의 난' 한달 넘었는데 수습 안돼 걱정"
"여권은 물론, 야권도 정치적 유불리만 중시하는 것 같아 우려"
이상돈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 기고문에서 "12·3 계엄'은 말이 계엄이지 실상은 '실패한 친위 쿠데타'였다. 세계 헌정사에 보기 드문 이런 사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을 질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사태로 초래된 비상시국을 맞아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도 국가와 국민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有不利)를 중시하는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된다"며 "12·3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또 사법부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것임에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대다수가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반대하고 있으니 이해하기 곤란하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민주당으로 돌려 "'윤석열의 난(亂)'을 조기에 진압하는 데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사태 후 정국 주도권은 국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갔다"며 "하지만 그 후 민주당의 행보는 선(線)을 넘는 것 같아서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국방장관을 제외한 대부분 국무위원들은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소신껏 계엄에 반대한 장관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엄에 반대하지 않은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칠뿐더러 사태 수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이 누구누구는 탄핵을 하겠다는 식으로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강경 발언도 상황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본다는 명분으로 양쪽에서 늘어놓는 주장과 변명을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의 시사프로도 대립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이처럼 우리 정치는 상호 비방을 통해 자기 세력을 강화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으니 과연 정치라는 기능이 있기나 한지 알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1974년 여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하원 법사위원회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자 스스로 사임, 미국이 워터게이트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정상의 길을 가도록 했다"며 "닉슨은 사법 방해와 권력남용 혐의로 탄핵에 회부됐는데, 미 중앙정보국(CIA)으로 하여금 워터게이트 수사를 저지하도록 지시했음이 밝혀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CIA 국장은 닉슨의 지시에 응하지도 않았으나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며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환했다.
이어 "닉슨의 탄핵이 불가피함을 알게 된 공화당 원로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은 닉슨에게 '미국과 공화당을 위해 사임하라'고 권했고 이에 닉슨은 사임했다"면서 "세상이 그렇게 정상이었던 시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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