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가 참석한 가운데 제네바에서 1∼2일 이틀간 진행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제2차 회의에서 양측은 북-미수교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온 쟁점들에 대해 극적 합의를 도출해냈다.
북한은 올 연말까지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게 정치적.경제적 보상조치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는 북한은 2002년 10월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인 북한의 농축우라늄(UEP) 프로그램 의혹에 대한 신고를 하기로 했고, 미국은 그 대가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우라늄 문제에 대해 매우 좋은 논의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틀간 회의를 마친 뒤 2일 오후 주제네바 미국대표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합의한 것 중 하나는 북한이 2007년 말까지 그들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그들의 모든 핵시설들을 불능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그동안 최대 걸림돌이었던 UEP 의혹과 관련,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좋은 논의를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핵 프로그램의 전면신고와 관련해 해결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고 말해 북측 양보를 얻어냈음을 분명히 했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불능화되어야 하는 시설들을 불능화시킨다는 것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일례로 거기에는 영변의 원자로가 포함되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여, 이달 중순 열릴 6자회담에서 '제2의 2.13 합의'가 도출될 것임을 강력시사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의 의의와 관련, "이는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완료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그 이후 동북아의 평화.안보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북한이 약속을 이행할 경우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본격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차관보가 '제네바 대타협' 도출에 성공, 한반도 빅뱅이 급류를 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관 "북미 수교에 많은 일치 보았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합의한 대로 우리의 핵 계획(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무력화(불능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했다"며 힐 차관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확인한 뒤, "미국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현안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많은 일치를 보았다"며 회담 결과에 대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부상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해 미국이 구체적 언질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보상조치란 우리를 적대하는 정책을 바꾼다, 평화공존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법률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뜻"이라면서 "그것을 해석해 보라"고 말해 테러지원국 삭제에 합의했음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적 보상조치란 이미 공약한 대로 100만t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그 전진(진전)에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지원이 아닌 보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절반은 중유로,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것은 발전소 재건과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설비.자재로 보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양측은 이번 회의를 통해 올 연말까지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의 전면 신고 등 비핵화 2단계 이행을 위한 시간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네바 합의는 회의 직전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나는 이미 선택을 했다. 이제는 북한 지도자가 선택을 할 차례"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낸 직후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한반도 빅뱅'이 무서운 속도로 급류를 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