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6일 "배제보다는 좌우, 동서, 남북을 아우르고 통합할 수 있는 가칭 '선진평화연대'를 만들고자 한다"며 "새로운 정치 창업은 범여권만을 상대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중심의 대통합에 합류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 셈.

대선 불출마 선언은 안할 듯

손 전 지사는 이날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가진 한나라당 탈당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기존의 정치적 개념과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문명과 인간을 지향하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선진경제를 이룩하려는 세력을 모아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좌우-동서를 다 합해야 한다는 발언도 추상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추상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중도란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는 현실정치에서 제3지대나 중간지대가 갖는 부정적 의미를 피하고 극복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평화연대'의 진척 상황에 대해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고 엮는 작업을 시작한 것도 있다"면서도 "구체적 구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에 타임테이블을 정해놓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게 촉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는 거듭 향후 행보의 구체적 모습을 묻는 질문에 "내가 모든 병장기를 갖추고 나온 것도 아니고 맨손에 깃발 하나 들고 나왔다"며 "내가 갈 길은 혼자 개척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길을 가면서 동지를 모아가고 길을 열고 마당을 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DJ-범여권 인사들과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그는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오얏나무 밑을 지나갈 때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을 이 근래 와서 철저히 지키고자 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접촉하고 있는 인사에 정치권 인사도 포함되는 묻는 질문에도 "정치권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불출마 선언 가능성에 대해선 "내가 주인이 돼 판을 벌릴 테니 와서 놀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판 벌리는 것 자체를 같이 하겠다는 것이고, 아직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을 논의할 때는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해 앞으로 상당기간 대선 불출마 선언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탈당 이후 하도 맞아 정신이 희미할 정도"

한편 그는 탈당후 잇따른 비판에 대해 "각오했지만 하도 많이 맞아서 정신이 없다. 온몸이 멍이 들고 정신이 희미할 정도"라며 "그런 비판에 대해선 저 자신이 아무리 행동을 정당화한다고 해도 국민적 정서가 있고, 기존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거부할 필요는 없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다만 그 비판을 새로운 정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격려와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갖고 있는 진정성을 국민들도 진정성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요즘 제 머리 속에 자꾸 떠오르고 흔히 화두라고 얘기하는 것은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지만 인간"이라며 "일반적으로 정치의 화두는 경제라고 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경제를 수치화하고 통계화하고 이런 가운데 인간이 매몰돼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인간 중심의 정치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경제를 번영시키고,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것인데 어느덧 인간은 빠지고 껍데기만 커지는 느낌이 근래에 많이 들었다"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 목표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