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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언론들 "DJ 참으로 실망스럽다"

홍업 "아버지가 열심히 하라 했다"에 언론들 DJ 융단폭격

"지난 12일 무안과 신안을 방문하기 앞서 아버지(DJ)를 만났는데 아버지께서 '열심히 하라', '신안과 무안은 못사는 불쌍한 곳이다.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님의 과거 업적이 퇴색되는 것이 안타까워 이 부분에 대해 바로 세우고, 소외되고 낙후된 신안·무안지역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

<전남일보><전남매일> 등 전남지역 언론들이 전하는 지난 15일 출마선언식때 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홍업씨(57)의 '출마의 변'이다. 김씨가 철저히 아버지의 후광을 앞세워 4.25 재보선에서 당선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발언들이다.

과거에는 이 정도로 'DJ'를 앞세웠으면 지역언론들도 조용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역언론들이 기사,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일제히 김홍업 출마를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는 DJ에게까지 직접 칼날을 겨누고 있다.

역사적-정치적 자부심이 대단한 호남에서 'DJ 성역'이 무너져내리는 분위기다.

<남도일보>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남도일보>는 김홍업 출마선언 다음날인 16일자 기사를 통해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4·25재보궐선거에서 무안·신안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화 하면서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며 "더욱이 기업의 이권청탁을 들어주고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산 장본인이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섣부르게 정치선언을 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남도일보>에 따르면, 신안 출신 한 공무원은 “홍업씨가 무안이나 신안 지역을 위해 그동안 한 일이 무엇이며, 개인적으로도 지역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이 지역에서 출마를 강행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어민 조모씨(59·신안 압해)는 “김씨는 고향에서 보다도 고향을 떠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며 “이제 와 고향이라고 한번 도와달라고 하면 과연 누가 돕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무안의 한 군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몇차례 출마를 노렸지만 비난여론에 밀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홍업씨의 선거 출마 자체보다도 그 뒤에 깔려있는 정치적 배경과 계산의 위험성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남도일보>는 "과거 비리에 연루됐던 김씨의 경력도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며 "홍업씨는 DJ가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02년 모 기업의 이권청탁을 들어주고 20여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비록 사면·복권이 이뤄져 이번 선거 출마에 제약은 없다지만 형(김홍일 전 의원)에 이어 아버지의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나서는 것은 결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홍업 출마 강행에 광주-전남언론이 일제히 DJ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전남일보> "권력세습하다니...DJ 참으로 실망스럽다"

<전남일보>는 박상수 논설위원이 직접 기명칼럼을 통해 김홍업 출마를 질타하며 "DJ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김대중 전대통령에게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박 위원은 김홍업씨가 출마를 선언한 15일 "그의 출마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차갑다. 그는 아버지가 이미 정계에서 은퇴했고 형님도 의원직을 상실한 마당에 무엇이 대수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를 보는 세상의 눈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며 "그는 우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정치 9단'인 아버지의 활동을 줄곧 지켜 보면서 정치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그가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한 것은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전부다. 그런 그가 아버지의 후광에 기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무안ㆍ신안 보선에 나온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권력 세습'이란 단어까지 떠올린다"고 김씨 출마를 '권력 세습'으로 규정했다. 박 위원은 "그가 당당하게 서울이나 다른 곳에서 출마한다면 이 같은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박 위원은 특히 "그는 무엇보다 DJ의 대통령 재임 중인 2002년 기업의 이권 청탁을 들어주고 20여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이 일로 DJ는 국민회의를 탈당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급속한 레임덕에 시달려야 했다. 잇단 자식들의 비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내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버지의 빛나는 업적마저 초라하게 만들었다"라고 그의 과거 비리전과를 들춘 뒤, "그것만으로도 그는 아버지가 살아있는 한 계속 근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은 "2005년에 사면 복권돼 법적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했으나 국민들의 법 감정은 아직 그를 사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박 위원은 "김씨의 보선 출마는 DJ와 호남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며 "그가 보선에 출마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다면 DJ는 물론이고 호남 또한 타 지역 사람들의 눈총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김씨 출마가 몰고올 후폭풍을 개탄했다.

박 위원은 "떳떳한 일이라면 눈총이 아니라 진짜 총을 들이대도 밀어붙여야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지금으로서는 홍업 씨가 스스로 포기할 의향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DJ가 자신과 호남의 명예를 위해 아들의 출마를 말리는 길밖에 없다"라고 DJ에게 화살을 정조준했다.

박 위원은 "당초 출마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 묵인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사실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럽다"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DJ라면, 어설픈 부정(父情)보다는 역사와 명예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DJ의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고 DJ를 압박했다.

이밖에 <광주일보>는 16일 한국정치사상 초유의 '3부자의 국회의원 등극'이 눈앞에 도래했다며 김홍업 출마를 'DJ의 노추'로 규정한 뒤, 이로써 김영삼-김종필에 이어 전두환까지 부활할 것이라는 개탄하는 외부필자 칼럼을 싣는 등 광주-전남 언론의 분위기가 자못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0 11
    티처

    시방 뭔소리들이여 호남은 내꺼다
    마르고 닳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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