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성타 원로스님은 "통도사는 여왕이 탄생한 곳"이라며 "선덕여왕 시대에 황룡사, 태화사, 통도사가 창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덕여왕 이후 여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박근혜 뿐"이라며 "우리 역사 1천3백년 이래 한반도의 여왕이 탄생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왕이 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중심철학이 하나여야 하고 확고해야 한다"고 조언한 뒤, "여왕 탄생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화안국'(民和安國, 백성을 화합시키면 나라가 평안해진다)이란 휘호를 박 전 대표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수안 스님 역시 "원이 크면 벌레가 되더라도 벌레의 우두머리가 된다"며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주신 휘호처럼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행복하게 해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수안 스님 말씀처럼 나라를 평안하게 하겠다는 원이 있는데 흔들리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나가고 있다. 또 성타 스님 말씀처럼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나라를 살리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4일 부산 삼광사를 방문해 불공을 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뉴스
"망국적 지역갈등 이어 종교갈등까지 생기나"
박 전대표는 올 들어서만 네번째로 '영남 불교계'를 방문했다. 지난 1월 10일에는 경주 석굴암을 방문한 후 청도로 이동해 승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고, 같은 달 26일엔 대구 성도절 대법회에 참석했다. 또 지난 4일에는 부산 삼광사의 '점등법회'에 참석했다.
박 전대표가 이처럼 불교계, 그중에서도 특히 영남 불교계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영남지역에 불교계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교회 장로 신분으로 개신교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자, 특정종교가 없는 박 전 대표는 불교계, 특히 영남 불교계 지지를 얻어 맞대응에 나선 형국이다.
불교계 일부인사들도 이 전시장 집권시 개신교의 득세를 우려, 내심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개신교 인사들은 공개집회 석상에서 "기독교 이념에 부응하는 후보를 대통령에 뽑아야 한다"는 식의 노골적 이명박 지지 발언으로 불교계 등 타 종교계를 자극하고 있다.
역대 대선때마다 대선주자들은 종교계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해왔고, 종교계 일부인사들은 이에 부응해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2002년 대선때 김수환 추기경의 이회창 후보 지지 시사 발언이 그런 대표적 예다.
그러나 특히 이번 대선은 일부 종교계 인사들의 '정치 오염'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성타스님의 이번 "여왕 탄생 축하" 발언이 그런 대표적 예다.
세간에서는 "정치권 때문에 망국적 지역갈등에 이어 종교갈등까지 생겨나는 게 아니냐"는 개탄의 소리가 많다는 사실을 정치인과 종교계 지도자급 인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선주자들은 '통합의 정치'를 외치지 말고, 최소한 추가분열이라도 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게 다수 국민의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