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과 절친한 친분을 자랑해온 구로다 가쓰히로(黒田勝弘) 일본 <산케이>신문 한국지국장이 14일 <조선일보>가 북한이념에 동조해 종군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의 배신(?)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일본 극우논객에 의해 <조선일보>가 졸지에 '친북언론'이 된 셈이다.
"<조선일보>, 북한이념에 간단히 동조"
구로다는 이날 쓴 '민족적 쾌감 비등하는 한국, 미국의 위안부결의안 혼다 의원 영웅 취급'이란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이 또 위안부 문제로 흥분상태"라며 "특히 매스컴은 미 의회의 일본비난결의안 채택 움직임에 대해 '일본군의 위안부범죄가 아시를 넘어서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됐다'(9일자 문화일보), '대일압력 세계화 네트워크를'(9일자 조선일보), '스스로 고립을 초래한 일본외교'(10일자 동아일보) 등으로 크게 환영하며 연일 일본비난을 전개하며 민족적 쾌감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대북강경대응에서 자신과 코드를 같이 해온 세칭 <조동문>에 대한 강력한 배신감(?)의 표출인 셈.
구로다는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 "조선일보의 도쿄특파원은 '나카야마 부부의 경우'라고 이름 붙인 장문의 일본비판 칼럼(7일자)을 통해 나카야마 전 문부상 부부를 예로 들며 '남편은 자기 나라의 납치범죄(위안부?)를 열심히 부정하고 부인은 북한의 압치문제를 열심히 세간에 알리고 있다. 이런 이율 배반이 현재의 일본의 자세'라고 쓰고 있다"고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일본인납치문제에 연관지어 과거 일본의 조선반도 지배시대의 일을 끄집어내 일본을 비난하고 견제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비난을 면하고 싶어하는 북한당국 및 친북세력의 상투적 수단"이라며 "북한에 가장 비판적인 조선일보조차 일본비난에서는 독재국가 북한의 이념에 간단히 동조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 국제화의 배경에는 북한의 그림자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조선일보>를 북한 공작에 휘둘리는 매체로 규정했다.
<조선일보> 등 한국보수언론의 '배신(?)'을 맹비난한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한국지국장. ⓒ연합뉴스
"위안부들, 한국서 일방적 피해자로 '민족적 영웅' 대접 받아" 망언도
구로다는 이처럼 한국 보수언론들의 배신을 비난하는 동시에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비아냥대는 등 특유의 망언을 늘어놓았다.
그는 "한국에서는 전 위안부들이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일방적 피해자로서 이미 '민족적 영웅' 같은 존재가 돼 있다"며 "이런 이미지에 반하는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은 없었다' '고노 담화의 재고 필요성' 등과 같은 일본측의 주장과 의견, 변명 등은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라고,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망언에 공감을 표시하며 망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는 또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해서는 위안부는 한국에 있어 절대적으로 일본의 국가적 강제에 의한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한국의 운동단체와 매스컴은 위안부 문제에서 '강제'라는 단어를 되풀이해 사용하고 있고, 한국의 공식 역사관에서도 일본통치시대의 부득이한 일을 모두 일본에 의한 강제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국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한국에 있어서 강제성의 문제는 민족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돼 버렸다"며 “국제무대에서 홀로 주장하고 있는 '20만 성노예'가 사실인지 아닌지와,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고 김학순씨의 경력이 모호하다는 것 등과 관계 없이 이미 (강제연행은) 한국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고 망언을 거듭했다.
"친한파 혼다, 한국서 영웅취급 받아"
구로다는 이어 화살을 미하원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양심적 일본계 혼다 의원에게 돌려 "이번에 한국이 일본비난에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은 미의회가 흥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의안에 열심인 일본계 마이크 혼다 의원은 친한파로서 영웅 취급을 받고 매스컴은 인터뷰를 통해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혼다의원을 비난했다. 그는 "미의회에서의 결의안 배경에는 민주당 지지가 많은 재미 한국인사회 등의 운동과 여론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또 "이번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매스컴 논조와 식자층 발언의 배경에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북한 두들기기에 대한 보복심리가 깔려있다'(서울 외교소식통)는 견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로다는 그동안 대북강경대응에서는 수십년간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를 비롯해 <조선일보> 등 보수진영과 행보를 같이 해왔다. 그러나 '아베 망언'으로 보수-진보의 차이를 넘어서 범국민적 분노가 폭발하자, 즉각 한국보수의 배신을 비난하고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일본 극우의 적나라한 실체다. 아베 망언에도 불구하고 "아베의 사람됨은 노무현보다 낫다"는 주장을 펴는 조갑제씨 등이 직시해야 할 일본극우의 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