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주장한 34개 시민사회단체를 “열린우리당이 동원한 어용단체”로 규정한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이들의 강력반발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다.
김형오 “찔리는 사람들은 찔릴 것이고...”
김 원내대표로부터 '어용단체'로 매도된 34개 단체중 하나인 ‘아파트값을 내리기 위한 모임’(아내모)은 이 날 오전 전회원 긴급공지를 통해 한나라당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아내모는 이 날 긴급공지에서 “한나라 김형오 원내대표의 어용단체 발언과 관련, 공식 문서화된 사과문을 요구한다”며 “이를 거부 시, 국민경제 위해자로 간주, 대표실 점거는 물론, 강력 퇴진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내모는 이같은 입장을 국회의원회관 내 김형오 의원 사무실에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측은 이같은 아내모의 경고에 대해 “정식 인터뷰 요청서를 보내면 면담 일정을 통보해 주겠다”고 아내모에 답했다.
그러나 사실상 김 원내대표 자신은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날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선필승대회 및 정책세미나’ 자리에서 본지와 만나 “어용단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며 “찔리는 사람은 찔릴 것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콧방귀나 낄 거고 그런 거지”라고 말했다.
자신의 어용단체 발언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아내모 “결국 전면전 하자는 얘기, 서민의 힘을 보여주겠다”
김 원내대표의 반응에 ‘아내모’는 즉각 반발했다.
아내모 운영자인 이교양(39)씨는 이 날 저녁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도 뭐가 뭔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씨는 “이미 여러 회원들이 지적했듯이, 지금 한나라당이 잘한다고 40%대의 지지율이 나오냐”라고 반문한 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이 온갖 실정을 다 해놔서 반사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의 삶을 파탄 낸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서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그같은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형오 원내대표가 결국 이렇게 밖에 반응하지 않은 이상, 이제 한나라당과 김형오 원내대표 양자 모두에게 전면전을 선포할 수밖에 없겠다”며 “타칭 어용단체의 힘, 서민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고 한나라당과 김 원내대표 모두에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내부에 부동산 정책에 있어 비교적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의원, 김양수 의원 등과의 교감을 넓히며 공동 압박도 추진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내모 회원들은 연일 김 원내대표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리며, 김 원내대표의 홈페이지에 규탄 글과 함께 릴레이 항의 전화를 회원 간 독려하는 등 반발 기류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