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9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위원회가 조사중인 '김대중 납치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9일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과거사위는 우선 조사대상 7개 중 6개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유독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서만은 조사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일본 <교도통신>과 행한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며 진상규명 요구가 김 전 대통령의 뜻임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이미 30년 이상 지나서 현재의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도 책임이 없는데 진상까지 발표하지 않고 숨기려는 그런 태도로 어떻게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나. 어떻게 세계의 지도국가라고 할 수 있나"라며 "그것은 한국도, 일본도 같다고 생각한다"고 양국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그는 "인권문제를 한 개인의 인권문제라고 해서 정부, 권력 양측이 적당히 공모해서 정치결착을 했는데 그것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라고 조속한 진상 규명을 거듭 촉구했다.
김 전대통령은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번에 조사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일본 정부와 외교문제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저는 위원들에게 '진실을 발표할 수 없다면 발표하지 말라. 진상을 적당히 발표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참을 수 없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고 얘기했다"고 명백한 진상공개를 촉구했다.
최 비서관은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 시민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지난 1월 29일 국정원 과거사위에 보낸 의견서도 공개하며 과거사위를 압박했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의견서에서 "관계자들의 증언, 물적 증거, 문서 자료 등을 통해 납치자들이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 납치사건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나 사주에 의한 살해 목적의 범죄였다는 엄연한 사실을 확인, 공표해 주길 바란다"고 조속한 조사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그는 "모처럼의 귀 위원회의 과거사 진상규명 노력이 독재자의 정적 제거 범행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요망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가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 공개를 늦추고 있는 데 대해 김대중 전대통령이 격노하고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