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사교사 "학생들에게 무슨짓을 하려는 거냐"
"국민소득이 20배 넘게 차이나는 북한 찬양하는 집필자 있겠나"
윤종배 교사는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또 국정이라는 건 하나의 교과서라는 뜻인데 우리가 말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고 하면서 경쟁대상도 비교대상도 없는 딱 한 권의 책으로 얼마나 창의력을 일궈낼 수 있을까, 저는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며 연일 창의교육을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그는 자신이 1980년대 첫 교편을 잡았을 때 가르쳤던 국정교과서에 대해 "그때 교과서는 주로 교수나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이 좀 학생들이 보기에 어렵고 눈높이에 맞지 않고 활동도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빈약했다. 그래서 역사가 암기 과목이라는 오명을 끌어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후 도입된 검정교과서들에 대해선 "교과서가 하나만 있다가 다양한 교과서를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참고도 되고 또 수업할 때 이것저것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여러 교과서에서 발췌해서 제 교과서는 한 종이지만 여러 종에서 참고해서 수업 자료를 만드니까 훨씬 풍부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학생들 성향에 맞는 그림이 많은 교과서, 글이 충실한 교과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았다"면서 "한 마디로 여러 책이 있다 보니까 경쟁이 이뤄져서 질 좋은 교과서가 나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행 검정교과서들이 좌편향이라는 정부여당 비판에 대해서도 "작년에 홍역을 치렀는데 그때 제가 보기에 진보 성향의 7종의 교과서가 채택됐다기보다는 많이 부실하다, 오류가 많다고 지적된 교학사가 많이 배제된 게 더 정확한 당시 상황 평이 아니었나 싶다"고 일축하면서 "교과서 집필진이 좌편향됐다고 칭하는 건 그 책을 검정한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 절차라든가 집필진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때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서 쓰고 현 정부에서 검정이 이뤄졌는데, 그리고 문제가 있다고 수정 명령을 대거 내렸다"면서 "그런데도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이런 것들을 하나도 오류를 잡지 못한 집필자를 나무라기 전에 허술하게 검정한 교육부 담당자를 오히려 문책해야 한다고 본다"고 힐난했다.
그는 현행 교과서가 친북적이라는 정부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글쎄 대표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게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라고 하고 북한은 '국가 수립'이라고 해서 격하시킨 것 아니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을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한 건 3.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1919년 4월에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는데 그 정통성 위에 대한민국 정부가 정부를 수립했다고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했다고 표현한 거라고 본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본인이 임시 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1979년도 제가 고등학교 때 배운 국정 교과서를 찾아 봤는데 그리고 20년 전에 제가 가르쳤던 국정 교과서도 찾아 봤는데, 다 이 무렵에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 그냥 수립이라는 표현이 혼용돼 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반면에 북한을 국가 수립이라고 표현하는 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무관한 국가 또 정권이 생겼다 라고 표현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제가 보기에는 국민소득이 20배나 넘게 차이 나는 북한을 찬양하는 교과서 집필자가 있을 것이며 이런 학생들이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겠느냐 하는 상식적인 의문이 있다"고 정부여당 논리의 맹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국정화시 교과서를 채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집필해야 하는 데 대해서도 "교육부가 얼마 전만 해도 현재 검정 교과서도 문제가 많다면서 집필 기간도 늘리고 검정도 한 차례 더 하겠다고 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충분히 두고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건데 그렇게 말해놓고 국정은 정작 국가의 권위를 실어서 쓰겠다면서 1년 만에 해치운다는 건데 그게 자기 모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균형감 있는 필진 구성이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90%가 좌편향이니까요"라면서 정부여당의 색깔공세를 꼬집으면서 "그렇게 되면 역사학계 지류가 아닌 분들이 참여했을 때 나중에 나온 책을 보고 책에 문제점들을 지적했을 때 또 다른 2차 3차 논쟁이 불보듯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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