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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도 첫 미분양. 아파트거품 붕괴 시작

'강남 부동산불패 신화' 흔들, 부산-대구-광주는 이미 '미분양 대란'

부동산거품 정점에 달하면서 파열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의 국내 최고분양가 아파트 미분양 사태

지방의 부동산거품 파열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상태.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서울 강남권 동향이었다. 부동산거품의 진행속도가 오를 때는 강남권에서 비강남권, 수도권, 지방 순으로 확산되다가, 꺼질 때는 역순을 밟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남권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그것이 지니는 상징성은 지대하다.

17일 전문가들의 시선을 끄는 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당 3천3백87만~3천3백95만원이라는 사상최고의 분양가를 앞세워 GS건설이 자신만만하게 분양에 나선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 `서초 아트자이` 아파트의 분양이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된 것. 이날 나온 물량은 1백64가구. 그러나 49명만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은 0.3대 1에 그쳤다.

54.8평형은 56가구 모집에 17명, 62.8평형은 1백4가구 모집에 26명만 신청했다. 4가구를 분양한 펜트하우스 101.9평만이 4명이 신청, 간신히 모집 가구수를 채웠을 뿐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가 1백가구 넘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2년만에 처음.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에 통용되던, 분양가가 비쌀수록 분양이 잘된다던 '강남 공식'이 깨진 것이다.

'강남 공식' 파괴는 곧 '강남 부동산불패 신화' 파괴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분석이 부동산업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거품 파열 경고음이 나오면서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서울 등 미분양 물량, 올 들어 증가세로 반전

부동산거품 파열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증거는 최근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5일 부동산포탈 <스피드뱅크>가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조사한 결과, 9일 현재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4만8천6백92가구로 전달(4만7천1백36가구)보다 3%(1천5백56가구) 늘어났다. 이는 전달 조사에서는 4개월만에 처음으로 1.5% 줄어들었다가 한달만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다. 지난해 추석직후 '추병직 발언' 파문으로 아파트투기 광풍이 불면서 잠시 줄어들었던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세로 반전된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대란을 겪고 있는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 미분양물량도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반전돼 주목된다. 서울의 경우 3백51가구에서 3백60가구, 경기도의 경우 1천8백23가구에서 1천9백6가구로 늘었다.

특히 서울지역 미분양 물량 대부분은 강남·서초·송파·강동·광진·마포구 등 이른바 유망지역에 집중돼, 부동산대란 진앙에 이상신호가 커졌음을 재차 입증해주고 있다.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은 이미 '미분양 대란'

지방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 대란 상태다.

광주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광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9천2백26가구로, 1년전인 2005년말의 2천7백86가구보다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한달새 7.4%(6백39가구)나 늘었다. 이같은 미분양 물량은 IMF사태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98년 10월의 7천7백28가구보다 많은 수치다. IMF사태 직후 이상 가는 극심한 부동산불황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12월말 미분양 물량 가운데는 준공 후에도 팔려나가지 않은 아파트가 무려 2천6백28가구에 달해 분양 업체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올해도 광주에 1만4천여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건립될 계획이어서 미분양 사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3.2%로 전국평균 11.6%보다는 낮았으나 그래도 집값이 올랐던 광주는 그래도 양반이다. 지난해 집값이 0.6% 떨어지고 거래 건수마저 20% 가량 감소한 부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부산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자 아예 분양을 포기하고 건설사들이 이를 전세로 내놓기까지 하고 있다.

대전-충남북 상황도 심각하다. 행정도시 이전 기대감으로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지은 아파트들이 미분양 물량으로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미분양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전은 1천2백18 세대로 전달의 6백61 세대보다 84%(557 세대)가 급증했다. 충남도 4천2백62 세대로 전달의 3천2백2세대보다 33%(1천60세대), 충북은 1천8백55 세대로 전달의 1천6백32 세대보다 14%(223 세대)나 늘어났다.

금융계 "큰손들이 부동산에서 손 떼기 시작했다"

부동산거품 파열 여부에 가장 관심이 큰 집단은 금융계다. 자칫 부동산거품이 터질 경우 금융계에도 커다란 부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양상은 강남 등의 큰손들이 부동산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의 VIP고객들이 더이상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어졌다는 전언이다. 그는 "지금 정부가 하는 부동산대책이란 걸 보면 90년 일본의 부동산거품이 터질 때와 똑같이 하고 있다"며 "당시 일본정부보다 하나 더 추가한 게 있다는 세금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거품 파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한 전직 시중은행장은 "강남의 모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평당 가격이 6천~7천만원으로 오르면서 1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으나, 나 같으면 설령 1억원까지 오른다 할지라도 그 아파트를 사지 않을 것"이라며 "1억원이 돼 봤자 50%가 오르는 것인데 그럴 바에야 한번 거품이 터지면 꼼짝 못하고 물리는 부동산에 왜 투자를 하나, 차라리 환금성이 좋은 주식 등에 하지?"라고 반문하며 부동산 거품 파열을 당연시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도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동시에 '제2차 지방균형발전 방안' 발표 및 '강남 대체신도시' 발표를 서두르기로 하는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강남 등 부동산 투기시장에서 "더이상의 부동산 투기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과연 정부가 급격한 부동산거품 파열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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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10 8
    조중동

    아직도 거품이 부족하다
    전자,차,조선이 전부 해외로 튈때까지
    거품을 향해 돌격.
    그래야 김정일이 노벨상 준다.

  • 22 28
    수구꼴통

    하도 징후니 분위기니 하는 소릴 많이 들어서
    솔직히 별로 믿음도 안가네요.
    뭐 오를대로 올라버린 집값.....꼭 꺼진다는 생각은 하지만...과연 글쎄.
    이번에는 믿어도 될지...
    저 말이 사실이면, 아무래도 허리띠는 꽁꽁 묶고 밧줄 잘 잡고 잇어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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