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朴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 만들어"
비주류와 수도권 출마자들 아우성 "남재준 사퇴하라"
서울시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파문에 대한 구 친박인사의 탄식이다.
그의 말대로 이번 사태를 남재준 국정원장 교체로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의 대세다.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필두로 김용태 의원이 즉각적 남 원장 교체를 주장하더니 수도권 선거에 출마한 정몽준, 정병국 의원도 가세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의원은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저렇게 된 것은 법률적 이유와 관계없이 창피한 일"이라며 "그런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개혁)을 전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책임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남 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 선거는 치루나마나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이재오 의원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때 공개회의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했었다. 나도 그때 법률적 측면에서 볼 때 국정원장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얘기했다"며 "이슈가 다르고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 같아서 그렇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내가 그런(남 원장의 사퇴) 얘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경기지사에 출마한 정병국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이 지난 1년 반 이상을 한국 언론의 중심에 있는데, 이는 국정원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의 방증"이라며 "명백히 조사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분위기가 너무 안좋다. 초선들 사이에서는 일부가 무리지어 남재준 사퇴 성명을 공개적으로 내겠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빨리 당 지도부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심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주류는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분위기다.
친박 김진태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가 그렇게 걱정이 되는 모양인데 지방선거 이기려고 국가최고 정보기관을 흔들어대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며 정몽준·정병국 의원 등을 비난한 뒤, "이석기는 자기가 한 행동이고요. 남재준 원장은 부하가 한 행동"이라며 남 원장을 적극 감쌌다.
비주류 핵심중진은 이와 관련, "남 원장이 사퇴한다면 남 원장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 원장으로 대표되는 이 정권의 원로그룹과 가신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물갈이 문제가 부상할 수도 있다. 또 '중국 음모론'까지 들먹이며 이제껏 정권을 비호해왔던 여당내 주류 친박 인사들에 대한 동반 책임론까지 제기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주류에서는 이런 도미노 현상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정원장 하나 바꾸는 게 뭐가 어려워서 저렇게 머뭇거리겠나? 다 이유가 딴 데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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