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공천헌금 의혹 놓고 '큰 차이' 노정
조선 "미스테리",동아 "배달사고?" vs 중앙 "조기문 거짓말"
<조선일보>는 '4가지 미스테리'를 제기하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검찰 주장을 전했으며, 가장 먼저 선관위의 공천헌금 수사 의뢰 사실을 보도했던 <동아일보>도 "배달사고"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현영희 의원측에서 3억원을 받은 중간브로커 조기문씨의 '거짓말'이 들통 났다며 공천헌금 비리쪽에 강하게 무게를 실었다.
<조선일보>, '4가지 미스테리' 제기
우선 <조선일보>는 이날자 3면 기사 <정씨 "조씨, 현과 문자메시지"...현기환이 제출한 통화기록엔 없어>라는 제목과 <3월 15일 서울역 3억원 전달 의혹… 누가 거짓말하나 '4가지 미스터리'>라는 부제의 기사를 통해 '4가지 미스테리'를 제기했다.
<조선>에 제기한 첫번째 미스테리는 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정동근씨가 "3월 15일 오후 6시 45분 서울역에 도착해 구내 한식당에서 조기문씨를 만나 3억원을 건넸다. 식사 후 서울역 2층 커피숍에서 조씨가 현기환 전 의원과 통화했다. 조씨가 현 전 의원으로부터 '현기환/알았습니다'란 문자메시지를 받아 보여줬다"고 한 진술의 진실성 여부다.
<조선>은 "하지만 현기환 전 의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신의 휴대전화의 3월 15일 통화내역에 따르면 현 전 의원이 조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 전 의원이 대포폰을 썼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 전 의원은 '10여년간 다른 휴대전화를 쓴 일이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당과 검찰 관계자들은 "진실은 조씨의 휴대전화에 달렸다"고 했다. 문제가 된 시간대에 조씨가 누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만 밝혀지면 된다는 것이라고 <조선>은 덧붙였다.
두번째 미스테리는 현영희 의원측이 과연 3억원을 마련했냐는 것.
제보자 정씨는 "(서울역에 오기 전) 3월 15일 오후 2시 부산 강림CSP 회장실(현영희 의원 남편 회사)에 도착했다. 한 시간 뒤 회장실에서 나온 현 의원이 은색 쇼핑백을 주면서 '3억원'이라고 한 뒤 '서울역에서 조 회장(조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은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현 의원 남편이 몇 차례 계좌에서 꺼낸 돈은 3억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현영희 의원은 "나는 50만원 이상은 인출하지 않고, 남편의 법인 돈은 쓰지 않는다"고 당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세번째 미스테리는 최근 '현영희 의원이 은행에서 돈을 찾는 CCTV 장면을 선관위가 확보했다'는 YTN 보도의 신뢰성 여부다.
<조선>은 "그러나 선관위가 확보한 CCTV는 현 의원의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받고 자기들 통장에 입금하는 장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에선 문제의 CCTV는 현 의원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이 있으나 엄밀히 말해 '3억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3억원을 5만원권으로 수직으로 쌓아올릴 경우 높이는 66㎝, 무게는 6㎏ 정도다. 정씨는 문제의 쇼핑백 사진을 선관위에 제출했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현금 3억원이란 액수를 서울역 식당과 같은 장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마지막 네번째 미스테리는 '배달사고' 가능성.
정씨는 "조씨와 함께 현 전 의원을 만나러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로 이동했으나, 조씨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먼저 가라'고 해서 (호텔까지만 가고) 자리를 떴다"고 선관위에 진술했다. <조선>은 이와 관련, "부산에서 서울까지 현영희 의원의 돈을 가져와 브로커 조씨에게 전달했지만 이후 실제로 현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배달사고 가능성 등으로 인해 '3억원 전달'이 사실일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일부 관계자들은 5일 "정씨가 검찰 조사에서 '3월 15일이 아니라 16일이나 다른 날일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고도 했다. 정씨 진술이 일관성이 없어서 믿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조선>은 덧붙였다.
<조선>은 이같은 4가지 의혹을 제기한 뒤 브로커 조기문 씨와의 인터뷰 기사도 별도로 실었다.
조씨는 인터뷰에서 "현영희 의원의 비서였던 정동근씨가 지난 3월 15일 서울역에서 나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나는 부산에 있었다"면서 "당일 점심을 부산 서면 롯데호텔 부근의 한정식집에서 먹었고, 오후 4시 30분쯤에는 롯데호텔에서 건설업체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또 "저녁 식사는 온천장에 있는 횟집에서 먹었다. 카드 영수증도 모두 갖고 있다"면서 "그날 정씨를 만난 적이 없고, 내가 조사받으러 (검찰에) 들어가면 바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보자 정씨는 "3월 15일 저녁 서울역 한식당에서 불고기백반으로 조씨와 식사를 함께했다"며 "3억원이 든 쇼핑백을 조씨에게 건네자, 조씨는 이를 루이비통 가방에 넣었다"면서 "나는 오후 6시 45분 도착하는 KTX를 탔고, 조씨는 항공편으로 서울에 왔다"고 했었다고 <조선>은 덧붙였다.
<동아일보> "검찰, 배달사고 가능성도 수사중"
공천헌금 의혹을 첫 보도했던 <동아일보>는 6일 브로커 조기문의 주장에 대해 관련자 주장이 엇갈리고 있음을 전한 뒤, "이에 따라 조 씨의 당일 위치가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씨의 진술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배달사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동아>는 우선 브로커 조씨의 말이 왔다갔다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조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4일자 2면)에서 “서울에 간 건 맞지만 강남에 다른 볼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씨를 알고는 있지만 대화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수첩을 확인해보니 그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모 건설사 부장을 만났다. 3월 5일 이후로는 서울에 간 적이 없다”고 다른 말을 했다고 <동아>는 지적했다.
<동아>는 그러면서도 "이동통신사에서 내 휴대전화의 3월 15일 수·발신 기록을 조회했는데 조 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현기환 전 의원 주장을 소개한 뒤, "현 전 의원의 주장대로 당일 문자 수·발신 기록이 없다면 정 씨 주장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는 또한 "검찰은 관련자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돈이 건네진 경로에 있던 △부산진구 범천1동 현 의원 남편 회사 사무실(현 의원→정 씨) △서울역 3층 한식당(정 씨→조 씨)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조 씨→현 전 의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대부분 보관기한(4일∼30일)이 지나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 CCTV 기록이 존재하지 않음을 전하기도 했다.
<동아>는 결론적으로 "검찰은 ‘배달사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며 "제보자 정 씨가 “조 씨에게 돈을 건넸지만 현 전 의원에게 주는 장면은 직접 못 봤다”고 진술한 데다 돈이 전달됐다는 3월 15일 행적에 대한 조 씨의 진술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배달사고 가능성을 거론했다.
<중앙일보> "조씨 주장, 거짓으로 드러나"
이처럼 <조선><동아>가 배달사고 가능성 등을 거론한 반면, <중앙일보>는 이날 중간브로커 조기문씨의 '거짓말'이 들통 났다며 공천헌금 비리쪽에 무게를 싣는 상반된 보도태도를 보였다.
<중앙>은 우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현영희 의원의 ‘돈 공천 의혹 사건’과 관련, 수행비서를 지낸 정동근(37)씨가 지난 3월 15일 서울역에서 ‘중간전달책’으로 지목한 홍준표 전 대표 특보 조기문(48)씨에게 3억원을 건네기 전 돈 다발이 든 은색 쇼핑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시 정씨가 KTX 열차 안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은색 쇼핑백에 돈다발 60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며 '돈다발 60개'가 전달됐음을 지적했다.
<중앙>은 이어 "부산지검은 4일 정씨로부터 이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원본 사진파일이 생성된 일시 등을 조사한 결과 돈 다발을 배달했다는 정씨 비망록의 내용(본지 8월 4일자 4, 5면)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한다"며 "반면 3월 15일 서울에는 가지 않고 부산에 있었다는 조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이어 조씨가 3일 중앙일보·JT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정수첩을 근거로 “3월 15일 오후 4시30분까지 부산 롯데호텔에 있었다. (공천 기간) 서울에 간 일이 아예 없다”고 했었으나 조씨는 4일 “3월 15일 서울에 간 것은 맞지만 강남에 다른 볼일이 있어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3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며 서울역에서 조씨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은 그간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 불순한 목적의 음해다'라고 주장해 왔으나 ‘증거물’이 나타난 셈"이라고 단언했다.
<중앙>은 "검찰은 정씨로부터 쇼핑백 사진 외에 현 의원 측과 조씨가 돈 공천에 관여하고, 사후적으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시도했다는 녹취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중앙>은 그러면서도 "다만 정씨는 비망록에서 조씨에게 3억원을 전달한 뒤 현기환(당시 공직후보자추천위원) 전 의원을 기다리다 자신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고 밝히고 있어 실제 현 전 의원에게 3억원이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배달사고 가능성도 조심스레 열어놓았다.
친박, <조선><동아> 보도에 반색
<조선><동아>의 의혹 제기 및 배달사고 가능성 보도에 친박 진영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캠프의 이상돈 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현기환 전 의원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또 오늘 아침 몇몇 조간신문에서는 오히려 배달사고, 또는 심지어 횡령 가능성에 힘을 싣는 그런 기사마저 나오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부적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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