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소속팀인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 5일 도쿄의 요미우리 구단 사무실에서 일본프로야구 최고 수준의 조건으로 4년간 계약하는데 합의했다.
이승엽과 요미우리 간에 합의한 정확한 계약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본 최고수준의 조건'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볼 때 마쓰이 히데키(뉴욕양키스)가 일본에서 활약할 당시의 수준에 상응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내용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4년간 연봉 6억 5000만엔(추정액)에 인센티브 옵션까지 포함하면 30억엔 수준에 이를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연봉 4배, 마쓰이 최고연봉 상회하는 액수
연봉 6억 5천만엔은 마쓰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직전인 2002년 연봉 6억 1천만엔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이자 이승엽의 올 시즌 연봉 1억 6천만엔의 4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여기에 계약내용에 포함된 각종 인센티브에 따른 추가 수입을 포함한다면 이승엽의 연봉은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보유자인 페타지니(2003-2004년)의 7억 2천만엔을 넘나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이승엽의 계약내용에는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이외에 주목할 만한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이승엽의 이번 계약내용에는 요미우리가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면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동의해주는 내용과 이승엽이 추천하는 한국인 코치가 매년 요미우리에서 코치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 한국인 코치연수 옵션 등 특별조항 삽입
당초 이승엽이 요미우리에 잔류의사를 표명할때 "하라감독을 헹가레치고 싶다"고 밝힌바 있고, 요미우리 잔류의 명분 자체가 요미우리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맞춰있었으므로 내년 시즌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서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감독과 팬의 신뢰에 완전한 보답을 이룬 후에 미련없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겠다는 이승엽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인 코치의 요미우리 코치연수 옵션은 한국야구발전에 대한 이승엽의 배려심을 드러낸 부분으로 요미우리에서 거둔 개인적인 성과를 혼자만 가져가지 않고 자신을 키워준 한국야구와 함께 나누겠다는 의도가 담겨져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용의 옵션을, 그것도 일본 최고 명문구단과의 계약서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승엽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의 실력과 프로선수로서의 성숙한 자세 인정한 '적격(適格)의 계약'
요미우리와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수준의 계약내용에 합의한 이승엽 ⓒ연합뉴스
이승엽은 자신이 앞으로 야구인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갈 지에 대한 로드맵을 이번 요미우리와의 4년 재계약 내용에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보여준 자신의 실력과 팀 공헌도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은 물론 구단과 팬들의 기대와 신뢰에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옵션까지 계약서에 담아냄으로써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어낸 셈이 되었다.
일본 현지언론에서는 이번 계약내용을 두고 공통적으로 '파격(破格)'이란 표현을 쓰고 있으나 이승엽의 실력과 프로야구선수로서의 성숙한 자세에 비추어본다면 오히려 '적격(適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쾌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