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이 15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에 대해 재차 대북금융제재 해제 및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했다. 김 전대통령은 이 과정에 빌 클린턴 전 미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부시대통령의 공격적 대북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의 위폐문제 당분간 보류해야"
김 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대에서 `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주제로 행한 특별강연에서 최근의 한반도 긴장과 관련,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도달해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도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 발사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그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열면서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대통령은 구체적으로 6자회담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이를 당분간 보류하든지, 아니면 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조속하고 완전한 시정조치를 취하게 하든지 해서 위폐문제가 더 이상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클린턴 "내가 1년만 더 대통령했으면 한반도문제 해결됐을 텐데"
김 전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클린턴 정부 때 북미관계가 거의 해결 단계까지 갔던 것이 오늘날과 같이 악화된 데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퇴임 후에 나를 찾아온 클린턴 전대통령은 '1년만 더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으면 햇볕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는 비사(秘史)를 공개하며 우회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대북봉쇄를 비판하기도 했다.
1999년 7월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당시 미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 ⓒ연합뉴스
김 전대통령은 "국토의 분단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한국전쟁의 재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또 한 번 전쟁을 한다면 핵무기까지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문자 그대로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전대통령은 따라서 "우리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도 배제하고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배제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한다"며 "여기까지 가는 데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절대로 문제를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고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돼야"
김 전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미동맹과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북한의 전쟁 도발과 주변 강대국의 야망을 억지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우리는 이것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야 한다"며 "또한 한미동맹은 미국의 동북아시아의 이익을 위해서 그들에게도 중요한만큼 나는 앞으로도 한미동맹 관계는 굳건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대통령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한반도 안보태세를 후방에서 뒷받침하는 일본의 존재도 중요하고 그러므로 한미일 공조도 필요한다"며 "그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확고하고 양호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자신의 지론인 '4대국 평화보장론'을 재차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