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평기자들 "박재완 기사 뺀 보도국장 물러나라"
"KBS 기자들의 마지막 자존심 거세 당했다"
입사 10년차인 KBS 공채입사 27기 기자 24명은 13일 오후 KBS 사내통신망(KOBIS)와 보도국의 보도정보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성명을 통해 "청와대 핵심 인물을 비판하는 9시 뉴스 아이템을 정당한 이유 없이 야만적으로 불방시킨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본부장도 입을 다물고 보도국장도 입을 다물었다"며 "참담하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우리 27기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KBS 저널리즘을 무참히 짓밟은 폭거로 규정한다"며 "박재완이라는 이름 석 자를 삭제하지 않으면 9시 뉴스에 리포트를 낼 수 없다고 이화섭 국장이 선포하는 순간 KBS 기자들은 저널리스트로서 지닌 마지막 자존심을 거세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깊은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덮어둔다면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제보자와 취재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KBS 기자 명함을 내밀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화섭 국장에게 "KBS 저널리즘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쓰레기통에 내던지고도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는가"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KBS 저널리즘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말라!
참담하다.
청와대 핵심 인물을 비판하는 9시 뉴스 아이템을 정당한 이유 없이 야만적으로 불방시킨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본부장도 입을 다물고 보도국장도 입을 다물었다.
들끓는 여론에 밀려 열린 기자 총회에서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빗발치는 의혹들에 대해 단 한 가지도 속 시원히 해명하지 않았다. 주제를 비껴간 변명과 물타기 발언 기회로 전락한 면죄부 기자 총회였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을 덮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태가 마무리되는 현실 앞에 환멸과 자괴감이 보도본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올해로 입사 10년째를 맞는 우리 27기 기자들은 이번 취재에 몸담은 동기 김정환씨가 겪었을 좌절과 슬픔에 그 누구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평을 모르는 우직함과 날선 기자 정신으로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파헤친 김정환 씨의 빛나는 취재 결과물에 대한 대가가 이것이란 말인가.
우리 27기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KBS 저널리즘을 무참히 짓밟은 폭거로 규정한다. 박재완이라는 이름 석 자를 삭제하지 않으면 9시 뉴스에 리포트를 낼 수 없다고 이화섭 국장이 선포하는 순간 KBS 기자들은 저널리스트로서 지닌 마지막 자존심을 거세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를 덮어둔다면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제보자와 취재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KBS 기자 명함을 내밀 수 있단 말인가.
후배들의 분노에 찬 눈빛이 정녕 두렵지 않은가? KBS 저널리즘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쓰레기통에 내던지고도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는가?
권력 앞에 비굴하게 무릎 꿇은 부끄러운 사건을 이대로 KBS 저널리즘 역사에 오점으로 남길 수는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화섭 국장은 즉각 사퇴함이 마땅하다.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과오를 시인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2010년 5월 13일 목요일
곽희섭 김경래 김기현 김대원 김석 김학재 류석민 박준석 송창언 이랑 이병도 이윤희 이정화 이진석 이진성 정수영 정영훈 정윤섭 정정훈 정지주 정홍규 최대수 홍수진 홍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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