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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한-중, 정상회담 거부 후회할 것" 협박

ASEM 회의장서 盧대통령과 원자바오 中총리 냉대하자 반발

임기를 불과 10여일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신사 참배를 이유로 한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거부한 사실을 비난하면서 "언젠가는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망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떠나는 순간까지 아시아에 갈등의 재를 뿌린 셈이다.

12일 <교도(共同)통신>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아시아.태평양정상회담(ASEM)을 마친 뒤 헬싱키 시내의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단지 한가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한 것은 중국과 한국"이라며 "그들은 장차 모종의 잘못을 한 데 대해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성 망언을 했다. 그는 또 “일시적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분명히 정상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게 근심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망언은 ASEM 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보인 냉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노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는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일본측과는 양국 모두 회담 자체를 거부했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ASEM 회의장에서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마주쳤으나 노 대통령은 간단히 악수만 하고 지나갔다.

부시 미대통령과 다정스런 한때를 보내고 있는 고이즈미 일총리. 그는 '부시의 아시아 푸들'이었을 뿐 '아시아의 지도자'는 되지 못한, 일본말로 표현하면 '꼬붕'급 인사였다. ⓒ연합뉴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면서도 일본과 한-중간 관계 악화가 북핵문제 해결에 장애가 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우리는 한-중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북한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해왔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한-중은 일본의 친미적이고 강압적인 대북접근 방식이 북핵문제를 한층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해왔다.

핀란드 등 유럽 방문을 마친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정부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올라 26일 일본 국회가 아베 관방장관을 차기총리로 선출하면 임기 5년을 마치고 퇴임한다.

재임기간 동안 13년간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일본경제의 회복으로 국내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으나, 아시아 외교에 있어선 퇴임하는 순간까지 협박성 망언을 서슴치 않은 고이즈미는 그러기에 '좁은 섬나라의 지도자'라는 평가 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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