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MB, 인기와 인심에 관심 없다니..."
"MB의 불도저식 행정으로 민주주의 위기에 직면"
윤평중 교수는 이날자 <조선일보> 칼럼 '민심 없이 선진국도 없다'를 통해 이 대통령의 문제 발언을 거론한 뒤, "이 발언은 흔히 'CEO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며 "문맥상으로 판단컨대, 격심한 논란 가운데 있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을 강행할 의사를 나타낸 걸로 짐작된다.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가 시끄러워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이어 "'인기와 인심에 관심 없다'는 대통령의 말을 선의로 해석하자면 조변석개하기 마련인 민심의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리라"라며 "그러나 인기와 인심의 의미에 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치에 맞지 않는 데다 정확지도 않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MB정부가 '2008년의 질곡'에서 빠져나와 국정운영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지지율 상승 덕분이기 때문이다. 2008년 촛불 때 정부가 공황상태에 빠지고 이 대통령이 크게 위축됐던 이유도 민심의 대폭발 때문이었다"며 "민주정치는 여론정치일 수밖에 없으며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 아래서 '인기와 인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건 자명한 이치인 것"이라며 "결국 여론정치와 포퓰리즘 사이의 경계선은 생각보다 훨씬 모호하다. 최고지도자가 민의 존중보다 역사의 평가를 앞세울 때 국정의 위기가 시작된다는 게 정치의 오랜 교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MB정부 초기의 '날개 없는 추락' 자체가, 정부가 특별히 무엇을 잘못해서라기보다 소통 부재와 '나를 따르라' 식 국정 운영이 민심의 역린(逆鱗)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며 "민의를 외면한 채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 다시 그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력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선 "세종시 경우에는 먼저 정교한 대안을 마련해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고 여당의 중지를 모아 야당과 국민의 뜻을 타진했어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난맥상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4대강 사업도 졸속과 날림의 연속인 바,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많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 전체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한 정권 차원의 삼년소계(三年小計)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도저식 행정이 정치의 과정을 압도할 때 민주정치는 위기에 빠진다"며 "대통령과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일의 순서와 민주적 절차를 지킬 때에만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터이다. 깨어 있는 민의의 뒷받침 없는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한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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