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다른 점
<동아> "우리 핵무기는 삐라" vs <중앙> "심리적 만족일뿐"
<동아> 이재호 "북한과 좌파가 정신 못하면 우리도 핵무기 쓸 수밖에"
<동아일보>의 이재호 논설실장이 9일 "북한에 핵탄두가 있다면 우리에겐 삐라가 있다"며 "삐라는 우리가 가진 핵무기"라고 주장하며 대북 삐라 살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재호 실장은 이날자 칼럼 '우리의 핵무기 삐라'를 통해 이같이 주장한 뒤, 이어 "어느 쪽이 셀까"라고 물은 뒤 "나는 삐라라고 본다"고 자문자답했다.
이 실장은 그 이유로 "핵탄두는 위협이나 억지용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자신도 망할 각오를 해야 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삐라는 그냥 날려 보내면 된다. 파괴력도 어떤 의미에선 핵보다 크다. 북의 살아 있는 신(神),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일 우상화 사례를 열거한 뒤, "이런 김 위원장을 평범한 인간, 그것도 흠결과 악행으로 얼룩졌으며 2500만 북한 인민을 굶주리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누군가가 까발린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은 뒤, "더는 체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더 나아가 "북이 초강경으로 나오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직접적인 이유는 삐라에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각에선 남북관계가 경색된 책임이 온통 이 정부의 대북정책에만 있는 것처럼 몰아붙인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감싸기도 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진보진영으로 돌려 "우리 사회의 좌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싫은 소리를 해서라도 북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며 "지난 10년처럼 감싸기만 한다면 북이라는 체제는 결국 소멸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북한과 좌파가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이라고 물은 뒤, "우리도 ‘핵무기’를 쓸 수밖에 없다. 삐라 말이다"라며 삐라 살포를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모든 위협은 행동에 옮겨지는 순간 효력을 잃기 때문에 살포는 신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납북자가족단체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5일 삐라 살포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며 우익단체들을 극찬한 뒤, "그렇다고 삐라를 뿌릴 자유와 용기까지 위축돼서는 안 된다. 담대하되 유연하게 행동한다면 삐라가 북한을 바꿔놓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중앙> 김영희 "삐라 살포로 얻는 건 심리적 만족일뿐"
<동아> 이재호 실장의 글보다 나흘 전인 지난 5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대북 삐라, 잃는 게 더 많다'는 칼럼을 썼다.
김영희 대기자는 1970년대말 이란 혁명때 망명중이던 호메이니가 이란 국내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은 소형녹음기를 반입시켜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역사적 사례를 거론한 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오늘, 반체제 선동이 적힌 삐라가 김정일 체제를 흔들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대답은 '노'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한은 100% 고립된 사회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남북, 북·중, 북·러 휴전선과 국경은 물샐 틈 없다"며 "그래서 북한 사회에 삐라에 호응하는 조직된 세력이 있을 수 없다. 삐라는 날아도 대북 반체제운동의 주체는 없다. 삐라는 선전효과를 내는 데는 녹음기를 못 따른다. 호메이니의 녹음기가 바다를 흔들었다면 대북 삐라는 작은 실개천에 파문을 일으킬까 말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가족들이 삐라 보내기를 계속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만족을 기대해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일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양면이 있다"며 "대승적으로 삐라 살포의 득실을 저울질해 보자. 삐라가 북한 당국이 남북대화와 금강산·개성 관광을 중단하고, 개성공단의 규모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게 만든 동기라면 삐라 살포로 얻는 작은 심리적인 효과와 개성·금강산에서 근무하는 3만7000여 명의 북한 사람들이 이웃과 친구들에게 남한 사람들과의 접촉 결과를 속삭임으로써 북한 사회에 일어나는 잔잔하지만 지속적인 파문을 비교해야 한다"며 삐라 살포의 역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또 "삐라의 효과를 남북대화의 중단과 남북관계 악화로 생기는 기회손실과도 비교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가 해결과 악화의 기로에 섰다"며 미국에 오바마 정권이 출범함을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는 북한에 대해 열린 자세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비핵화의 집념이 강한 그는 강력하고 직접적인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밝혔다.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 해결의 호기를 맞은 것"이라며 "삐라가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후퇴시키고,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오바마 정부의 북·미 대화에 걸림돌이 되고, 그 결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될 기회가 가물가물 멀어진다면 삐라 살포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삐라를 날리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인권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라면 삐라 살포보다는 남북협력과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북한 사회의 전향적 변화라는 큰 그림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며 대북삐라 살포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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