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원가공개' 말 바꾼 주공에 비난 봇물

시민단체 "정권 바뀌자 말 바꾸고 국민 우롱"

대한주택공사가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약속했던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다시 유보키로 함에 따라 시민사회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주공은 12일 "분양원가 전면 공개는 불필요한 사회적 파장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유보키로 했다"며 원가공개 소송에서 패소한 고양 풍동지구와 화성 봉담지구 등 2곳만 부분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키로 결정했다.

주공이 공개하는 항목은 고양 풍동지구의 경우 토지매입 보상비와 택지 조성비 등 7개 항목, 화성 봉담지구는 분양원가 산출내역과 택지보상 내역 등 4개 항목으로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왔던 전면 공개가 아닌 부분 공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공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해 11월 박세흠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2월 안에 분양원가를 전면공개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주공은 이에 앞서 지난 해 6월 주공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소송에서 패소가 잇따르자 2002~2006년간 공급한 84개 아파트 단지, 6만 5천여가구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연히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9개월 가까이 시간을 끄는 늑장공개에다 막대한 건설이익을 추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공개라는 것.

경실련은 13일 논평을 통해 "주택공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보름만에 원가공개 약속을 백지화한 것은 원가를 공개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물론 사법부의 판결도 무시하고 이명박 정부의 서민 주택정책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 "그동안 대통령, 사법부, 국민의 요구를 모두 무시했던 오만한 주택공사의 행태에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집값 안정의 의지가 있다면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주택공사가 분양한 모든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어 "참여정부에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국민들의 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사명을 망각한 채 땅장사, 집장사로 막대한 폭리를 취했다"며 "이명박 정부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해 주거복지청을 설립,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건설비용과 이윤을 알 수 없는 7개 항목만 공개하는 분양원가 공개는 빚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주공은 분양원가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세부항목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불과 몇 달 전에 주공 사장이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정권이 바뀌자 슬그머니 뒤엎었다"며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60개 항목에 걸쳐 상세히 공개하고 있는데 왜 안 된단 말인가"라며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아파트 분양가에 숨겨진 폭리를 드러냄으로써 아파트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벌써부터 강남 고가아파트는 물론이고 강북 소형아파트값이 치솟고 있고, 수도권 규제완화 대상지나 대운하 예정지의 부동산값도 들썩이고 있는데 분양원가 공개마저 거부한다면 대체 뭘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단 말인가"라며 "주공은 애초 약속대로 88개 단지에 대해 60개항목에 걸쳐 분양원가를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