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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성시대 끝. 이제는 금융시대"

현대경제硏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돈 이동 더욱 빨라질 것"

지난 1년여 사이에 국내 가계자산이 부동산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선 부동산자산 비중이 높아 추가로 자산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 전성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금융시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국내 가계자산 포트폴리오의 특징>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국내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시장 정착과 공급확대, 세제개편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고령화로 노후가 길어지고 마땅한 사회안전망이 갖추어 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개인들이 금융자산을 통한 노후대비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06년의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은 연평균 10.7%로, 같은 기간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율인 9% 대보다 높았고 특히, 2007년 상반기에는 15%를 상회하여 199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가계 금융자산의 확대로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은 2004년 83% 대 17%에서 2006년에는 76.8% 대 20.4%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부동산자산 76.8%는 일본의 61.7%보다 15.1%p 높고, 미국의 36%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로서 계속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비중 20.4%는 미국(64%), 캐나다(39%), 프랑스(43%), 일본(35%)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금융시대는 '2만달러 시대' '고령화 시대'의 필연적 귀결이다"

보고서는 특히 이같은 현상이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진입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나타난 현상임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도 국민소득이 1만5천 ~ 2만5천달러로 늘고, 고령인구 비율이 12%로 증가하던 시점에서 예금 등 안전자산은 줄이고 주식, 연금, 펀드 등의 투자자산을 늘리는 금융자산 조정이 본격화되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국의 국민소득이 2만달러 수준이고, 고령인구 비율도 곧 12%에 접근하는 현 시점에서의 가계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우리 사회의 급속한 '노령화'도 금융자산 증가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펀드 산업이 시작된 것은 1940년대이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던 1980년대이다. 1980년대 미국도 고령인구 비율이 12%를 초과하면서 개인 금융자산에서 연금보험, 퇴직연금 등의 노후대비형 투자자산의 증가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확대와 펀드시장 성장을 견인하였다. 당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연금제도 개혁의 방향도 미국 가계의 투자형 금융자산 확대에 맞추어졌다.

현재 한국의 인구구조와 저금리 등의 환경적 요인은 미국의 노후 대비 금융시장이 급성장하던 1980년대와 매우 유사하다. 고령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서 2006년 9.5%로 높아졌으며, 2010년에는 11.0%, 2020년에는 15.6%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자산에 의한 노후대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역시 퇴직연금제 도입을 통해 퇴직금의 사외예치를 통한 보험, 신탁 등 투자를 유도하면서 투자를 통한 퇴직자산의 축적을 유도하고 있다.

자금이동으로 황금시대를 맞고 있는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금융부채 비율 너무 높아. 부동산거품 터지면 금융위기 우려

보고서는 그러나 최근 급증한 우리나라 금융자산의 실체를 들여다볼 경우 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년간 부동산 폭등기때 집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부채가 너무 과도해, 부동산거품이 터질 경우 부실화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인 셈.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잔액은 1991년 200조 원 수준에서 2006년 1,472조 원으로 7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나 금융부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여 1997년에는 15% 수준이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2년 이후부터는 40%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 담보대출 규제로,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6년 44.6%에서 2007년 상반기 42.8%로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07년 상반기 가계대출 중 투기등급 대출비중은 18.0%로, 이는 2006년 말 대비하여 1.4% 상승한 수치이다. 상환이 의심스러운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특히 대출 부실화는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 등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 우리나라의 금융투자가 너무 단타 위주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즉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평균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반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65%는 6개월 미만의 단기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시대는 끝나고 금융시대가 개막됐으나, 금융시대의 내막은 아직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신성장 산업으로 금융업을 설정하고 앞다퉈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들이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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