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철학이 따로 있나. 건설업자들이 정확하고 정당한 원가공개를 통해 거래를 하면 따로 아파트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이유도, 소송까지 갈 이유도 없다. 분양가를 원가가 아닌 주변 시세에 맞추는 모순을 건설업체들이 저지르는 한 서민들의 소박한 내 집 장만의 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주택법에 따르면 분양가를 포함한 입주자모집공고안에 관한 사항은 명백히 지자체장에게 있다. 주택법은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택제공을 위한 법이고 법의 원칙이 지켜질 때 적정분양가에 따른 공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자체에게는 지역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과다 계상된 건설업체들의 분양가를 적절한 수준으로 권고 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난 3년간 민간건설사의 아파트 고분양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억제, 천안시의 아파트 값을 안정시켰던 성무용 천안시장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해 11월 경실련의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상하며 밝힌 소감이다. 그러나 성 시장의 이 같은 소신은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억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사법부의 판결로 뿌리채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대전고등법원 특별1부(재판장 성백현)은 18일 민간 아파트 분양가 제한 방식과 관련한 ‘입주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천안시의 항소를 기각하고 건설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두 차례 '위법' 판결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23일 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아파트 시행사인 (주)드리미가 천안시의 ‘분양가 가이드 라인제’가 지자체의 제도 남용이라며 그해 4월 제기한 소송에서 천안시의 패소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행정기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아파트에 대해 공익상의 이유를 들어 가격통제를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이고 법치행정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라며 “입주자 모집승인 제도를 법적 근거 없이 가격(분양가)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제도의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의 입주자 모습 승인권이 ‘기속행위(법규집행에 있어 재량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행정처분)’이냐 ‘재량권’이냐를 놓고 사법부는 기속행위에 손을 들어준 것.
법원으로부터 "분양가 가이드라인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성무용 천안시장.ⓒ연합뉴스
이와 관련 천안시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수분양자들의 재산상 피해방지와 아파트가격 안정에 의한 주거안정 등 공공복리에 의한 공공에 이익보다는 사업주체의 사익을 대변하는 듯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해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판결에서 “건설회사가 책정한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천안시가 입주자 모집승인을 거부한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고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된 주택은 주택법에 명시된 공시의무화의 적용을 받는 대상이 아니므로 순수 민영주택에 해당하고 입주자 모집승인제도는 공개모집 보장과 수분양자 보호 등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분양주택에 대한 가격통제 등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 고분양가를 이유로 분양승인을 거부한 천안시의 행위를 행정권의 남용으로 재차 해석했다.
천안시 "판결 불복, 대법원 상고할 것"
천안시는 이 같은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 1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도 즉각 재판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국호에 관련 법률 개정 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저녁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집값이 폭등하여 주민들이 주거안정에 심각한 위협에 처하고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 판결의 의미인지 되물지 않을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
경실련은 “천안시의 사례는 이미 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범적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따라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재판부가 법지주의 확립만을 고집하면서 불공정한 주택시장을 개혁, 주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정부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국회 법 개정 운동 나서고 한나라당 분명한 입장 밝혀라"
경실련은 이어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가 집값 폭등과 건설사들의 불법 관행, 주민의 주거안정 위협, 지역 경제 침체, 경쟁력 약화를 묵인 방조하라는 판결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천안시의 주택 아파트 분양가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평당 1천만원대로 치솟을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거듭 비판했다.
경실련은 더 나아가 “국회는 천안시의 패소 원인이 된 ‘법률적 근거 부족’ 해소를 위해 법률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특히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자당 소속 자치단체장을 지원하는 행동에 돌입하라”고 요구했다.
2003년까지 집값 폭등 조짐을 보였던 천안시는 2004년 지가상승, 물가변동률, 표준건축비 상승을 감안한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2004년 17개 단지 5천8백70세대, 2005년 6개 단지 2천14세대, 올해 3개단지 1천4백17세대의 분양가를 6백만원대로 묶어 주변 지역에서 가장 낮은 주택 인상률(6.1%)을 유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