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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시대'의 지도자를 찾아서

<뷰스 칼럼> 'IMF 10년차'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2007년, 그 좋다는 '황금돼지' 해가 밝았다. 워낙 지난 2006년 집값폭등, 양극화 심화, 북핵위기, 끝없는 정쟁 등 힘들었던 일이 많았던 만큼 모든이들이 올해는 '황금돼지'의 영험으로 난제들이 술술 풀려가기를 절실히 염원하고 있다.

그러나 눈앞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어려우면 더 어렵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단 하나 북-미 직접대화가 시작됐으니 북핵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나 이 또한 두고볼 일이다.

게다가 다음 대통령을 뽑는 해인 만큼 올해 정국은 한층 혼미로울 게 확실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판을 흔들려 하고, 한나라당은 치열한 내부경선, 범여권은 정계개편 헤게모니 쟁탈전, 그리고 연말 여야 대접전이 펼쳐질 것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 임기종료전 하야 같은 헌정사상 초유의 돌발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불안도 커질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가파른 원고(高)로 수출은 어려움에 봉착할 전망이다. 정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거부와 강남 대체 신도시 발표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 예고로 집값은 또다시 요동칠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그동안 장장 6년간 부풀대로 부픈 부동산거품이 퍽하고 터지면서 도래할 '부동산 대재앙'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정권에게 절대로 경제적 짐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호언한다. 자신의 DJ정권으로부터 신용불량 문제를 떠맡아 생고생을 했다며 말이다. 그러나 거품 파열은 권력자가 "터지지 말라"고 명령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터질 때가 되면 반드시 터지게 마련이다. 특히 재임기간 내내 부동산거품을 만든만큼 노 대통령의 호언은 말 그대로 공언(空言)일 뿐이다. 거품이 터진다면 길고긴 장기불황의 터널로 진입하며 10년전 IMF사태때 이상 가는 극한 고통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렇듯 새해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아 보인다.

황금돼지 해를 맞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돼지 조형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왜들 그렇게 대통령이 못돼 난리들인지..."

"왜들 그렇게 대통령이 못돼 난리들인 줄 모르겠다. 다음 대통령은 정말 5년내내 힘들 게 불을 보듯 훤한데 말이다. 능력도 안되면서 너도나도 나서는 걸 보면 정말 앞으로 5년도 걱정이다."

모 금융그룹 최고책임자가 작금의 정치판을 보며 한 탄식이다. 부동산거품이 터지는 등 경제적 재난이 도래하면서 임기 내내 고생할 게 뻔한데 그런 위기 의식없이 자리다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우려도 덧붙였다.

"2007년은 IMF사태가 터진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IMF 10년차'라는 말도 있듯,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은 10년을 곱게 넘긴 나라가 드물다. 꼭 한번씩 더 경제적 고난을 겪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IMF고통이 너무 심하다 보니 거품을 만들어 눈앞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코스닥거품, 카드거품, 부동산거품이 줄줄이 만들어졌다. 앞의 다른 거품이 모두 터졌듯 부동산거품이 터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늦어도 다음 정권 재임기간중 터지고 그렇게 되면 다음 대통령은 고난의 시절을 보내야할 게 분명하다.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수많은 가정들이 파산하고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며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경제가 곤두박질치면 웬만한 능력을 갖춰도 통치가 쉽지 않다. 90년대초 영국에서 부동산거품이 터졌을 때는 모든 가정 중 3분의 1이 집을 차압당했을 정도 부동산재앙의 파괴력은 가공스럽다. 과연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사들이 이런 각오나 하고 대통령이 되려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희망이 아닌 위기를 말하는 지도자를 꼽아야

옛말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웬만한 자리'는 그럴 수 있을 지 몰라도 국가지도자라는 자리는 그렇지 않다. 자리에 걸맞는 능력과 철학의 보유자가 그 자리에 앉아야 나라가 융성하고 국민이 편안하며 위기때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지도자가 만능일 수는 없다. 자신이 부족한 분야에는 전문가들을 잘 기용하면 된다. 그러나 적재적소에 인재를 잘 기용하는 것도 지도자의 능력이다. 노무현 정권만 해도 취임초기 '잘못된 경제팀' 인사가 부동산거품이라는 망국병을 키웠고, 정권 스스로도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한 정권의 성공여부는 대통령 취임식때 대통령 취임사와,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서있는 초대 각료들의 면면만 보면 판단할 수 있다"는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지적 그대로다.

능력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뚜렷한 '정체성'이다. 노무현 정권의 최대실정인 부동산거품만 해도 말로는 집값을 잡겠다면서도, 폭리를 막는 근본적 제도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선 시장경제 운운하며 거부해 키워진 것이다. 시장은 완벽한 게 아니라 실패할 수도 있다는 '기본', 주택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공재라는 '철학'의 부재가 초래한 결과다.

지금 내로라하는 대권주자들은 예외없이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질타하며, '국태민안'을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들춰봐도 안심이 안된다. 허점투성이며, 정체불명이다. 비전이나 대안능력, 위기인지능력 등에서 확신을 못주고 있다. 모두가 미래에 대해 희망만 말하고 있다. 가공스런 위기의 도래를 말하는 솔직한 목소리가 없다. 당연히 위기때 국민이 겪어야 할 고통과 자세를 말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은 보랏빛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현대 프랑스의 황금기를 연 미테랑 대통령의 최지근거리에서 17년을 지낸 자크 아탈리는 얼마 전 출간된 <미테랑 평전> 한국판에서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조언을 했다.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거의 없다. 첫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모호한 이론가다. 두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선동정치인이다. 세번째만 갖춘 정치인은 보수정치인이다."

2007년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해다. '위기의 한국'을 책임질 최적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아탈리의 표현을 빌린다면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 모두를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할 책임이 올해 우리에게 부과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황금돼지 지도자를 뽑기 위해 국민 모두가 차분하고 냉정해질 때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28 16
    하하

    없어요
    "2007년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해다. '위기의 한국'을 책임질 최적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아탈리의 표현을 빌린다면 비전, 카리스마, 경영능력 모두를 갖춘 지도자를 뽑아야 할 책임이 올해 우리에게 부과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줄 황금돼지 지도자를 뽑기 위해 국민 모두가 차분하고 냉정해질 때다."
    기사 마지막 구절인데, 저런 조건이면 뽑을 사람 없네요. 마치 채널 4개인 TV에서 재미없는 프로래도 선택권이 한정되어 있으니 어쩔수없이 아무거나 하나 보든지 꺼버려야 하는 것처럼.
    그나저나 좀 망가져도 부동산 거품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함. 그 사람에게 표 주겠음.

  • 14 20
    김장군

    빨리 쳐내려갈테니 콘크리트장벽이나 철거해
    멍청한 개구리와 주사파들이 있을때
    남조선혁명을 성공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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