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중진들 격분, "우리가 적전분열?"
'3자회동 기피 靑'에 한나라 중진들-보수신문의 비판 봇물
한나라 중진들 발끈 "우리가 적전분열 일으켰다고?"
4대강 예산을 둘러싼 여야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야당중진들과 모임을 갖고 절충안을 제시했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적전분열"이란 비난을 받은 한나라당 중진들이 발끈했다. 이한구, 권영세, 남경필, 김무성 의원 등은 22일 정식으로 4대강 예산 삭감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와 별도로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여야 3자회담을 가질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한구 의원은 22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꼬인 정국을 풀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며 "야당대표의 말을 국민의 '고언'으로 생각하며 귀 기울여야 한다"며 3자회동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4대강 예산으로 국회가 파국을 맞은 책임소재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11월에 처음 발표된 사업 내용과 올 4월, 6월에 발표된 내용이 제각각이고 사업의 범주 역시 불분명하다"며 "국가부채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정부가 마스터플랜 제출을 계속 미뤄 결국 국회의 예산심의를 방해했다"며 '정부책임론'을 폈다.
권영세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3자회동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며 "우리 한나라당의 지도부나 청와대 일부에서 예산 관련 문제는 국회가 처리해야 할 건데 대통령을 끌어 넣어서는 안 된다 뭐 이런 논리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뭐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예산의 대부분이 행정부가 사용하는 것이고, 또 더군다나 그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의 주요 아젠다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권 의원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적인 그런 차원에서만 보고 뭐 적전분열이니 무슨 협상력 약화니 이런 걸 따질 게 아니라 다수 여당으로서 이렇게 가다가는 정치권이 공멸하게 될 거고 그럴 경우에 우리 국가 경쟁력이 무너질 거라는 그런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청와대를 보고 정치를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예산 문제는 정기국회가 반드시 풀어야 될 문제고 또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행정부 대 국회의 문제"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행정부가 예산과 관련해서 국회를 설득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특히 4대강 사업인 경우에는 당연히 그러해야 된다"며 이 대통령에게 3자회동 수용을 압박했다.
그는 더 나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정몽준 리더십과 관련, "완전히 바꾸지 않고 리모델링이나 이런 걸 통해서 바꾸는 것도 방법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옳다"며 우회적으로 정 대표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장광근 사무총장 경질을 주문하기도 했다. 장 사무총장은 중진들의 절출안을 "적전분열"이라고 비판했던 당사자다.
<조선일보> "靑, 손바닥으로 해 가리려 하지마라"
<조선일보>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정치적 부재를 질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신효섭 정치부 차장도 22일자 칼럼 '정무수석과 특임장관'을 통해 박형준 정무수석과 주호영 특임장관을 정조준한 뒤, "과거 정무수석과 정무장관들은 어떤 때는 단독으로, 어떤 때는 여당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와 팀플레이로 막힌 정국을 풀어냈었다"며 "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두 사람 중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누구 모르게 물밑에서 움직이는가 싶어 알아봤지만 '그런 막후 접촉·대화 같은 거 없어진 지 오래'(야당 핵심 관계자)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어 "3자 회담이 어려워진 것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는 17일 '예산은 여야 간에 할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내세웠다"며 "현실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로선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예산 대치는 4대강 때문이고, 그 사업은 대통령밖에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여당 지도부가 4대강에 관한 한 전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라고 힐난했다.
칼럼은 또 "대통령이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는 것 역시 '손바닥으로 해 가리기'"라며 "청와대가 그동안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을 독려하기 위해 여러 조합으로 여당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는 건 알려질 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일을 '정파를 초월한' 국정 행위라고만 설명하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정무수석과 특임장관이라면 현 상황에서 야당과 부단히 접촉, 대통령이 짜증낼 수도 있는 고언(苦言), 대통령이 당연히 알아야 할 야당의 '속내'를 들어 직보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도 현실을 알고 필요할 경우 국정의 방향을 조정할 기회도 갖게 되지 않겠는가"라며 "위에서 원하는 일만 하고, 그가 원하는 지점만을 향해 달려가는 일을 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수석'과 '장관'의 명함을 파주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독설로 글을 끝맺었다.
외형상으론 박 정무수석과 주 특임장관에 대한 비판이나, 내용적으로는 야당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이 대통령을 겨냥한 칼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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