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의 고래사냥", 효성에 시장 '싸늘'
하이닉스 인수 선언에 시장 "조석래, '위험한 도박' 하려 해"
효성그룹의 지난해 말 자산은 10조784억원이다. 반면 하이닉스는 13조1993억원이다. 하이닉스 덩치가 더 크다.
또한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한 4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부채가 7조3천701억원에 달하는 효성그룹에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꿔줄 은행은 없다.
더욱이 반도체에 특화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주기적 불황에 취약하다. 하이닉스는 지난 4년간 2조원 이상을 벌었으나, 지난해에는 4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손실을 냈다. 이같은 주기적 대형손실 발생은 효성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효성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크고 재무구조가 좋은 포스코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하다가 손을 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조석래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현재 20위권 후반에 머물고 있는 효성의 재계 내 랭킹이 10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몇 년간 반도체 경기가 좋을 것이란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23일 증권사들은 일제히 '비판적 논평'을 쏟아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2분기 말 기준 효성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총 1천630억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나 은행에서 추가자금 조달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효성의 재무 상황이 하이닉스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KB투자증권은 "효성은 그동안 부실 해외법인 정리와 더불어 화학, 섬유회사에서 중공업, 신재생에너지 및 첨단신소재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며 변신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하이닉스 인수 의향서 제출은 이러한 이미지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대우증권 역시 "하이닉스 인수 규모가 4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효성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해도 최소 2조원 이상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효성의 재무 구조로는 무리가 따른다"며, 더 나아가 "효성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고, 메모리 업체를 인수하려면 업황 하강기에도 견딜 만한 자금 여력이 있어야 하며,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13조원으로 저평가 상태는 아니라는 점 또한 효성의 인수 시도를 부정적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효성이 감당하기 힘든 인수가격 부담 때문에 채권단과의 협상과정에서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며 "또 효성그룹의 주력사업은 섬유, 중공업,화학 등으로 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낮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말해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인수비용의 이자조차 부담하기 힘들 것이란 냉랭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반도체 대호황'이 도래해 하이닉스가 해마다 천문학적 이익을 안겨다 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조석래 회장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많은 세계 경제석학들이 '더블 딥'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조 회장의 판단은 '도박성'이 짙다.
만약 더블 딥이 도래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반도체 경기가 꺾인다면,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껏 알토란같은 경영을 해온 효성에 치명적 독배가 될 공산이 크며 그럴 경우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올 게 불을 보듯 훤하다.
또한 매일같이 신규투자를 독촉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가이자 전경련회장인 조 회장이 신규투자가 아닌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M&A는 신규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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