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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미발표 연설'] "오바마, 결단 내려라"

"협상은 우방국가 하고만 하는 게 아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미발표 연설문'이 네티즌들을 숙연케 하고 있다.

문제의 연설문은 김 전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연설을 위해 준비했다가 연설을 하루 앞두고 폐렴 증세로 입원하면서 발표되지 못했던 것으로, 김대중 평화센터가 원문을 공개했다.

연설문의 골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북 대화에 나서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반드시 핵을 포기할 것이니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정권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차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위협을 느낀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자세로 나오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꾸짖었다.

그는 오바마에게 "협상은 우방국가와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를 주고받고 윈윈(win-win)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와도 얼마든지 협상을 해야 한다"며 "안전보장,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조건이다. 이 조건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5년 9.19 선언으로 합의되었다"며 6자회담에서의 9.19 합의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사태가 급박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한다"며 거듭 오바마의 결단을 촉구했다.

국제적 거목인 김 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신랄한 비판이자 호소였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

9.19로 돌아가자

존경하는 장 마리 위르띠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장 자끄 그로하 소장, 유럽연합의 각국대사, 그리고 이 자리에 오신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몇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세계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세기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시대가 출현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그 동안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 시대였습니다. 세계는 미국과의 친소관계, 이해관계, 종교적 차이 등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계는 달라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의 친소와 원근에 상관없이 대화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계는 그동안 미국의 이분주의에 고통을 겪다가 이제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그 동안 소원하고 적대관계에 있던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 등과 대화를 시작하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와의 접근이라는 획기적인 자세도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만은 예외가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란, 북한의 지도자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선 이후에는 클린턴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처럼 유연한 태도로 북한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를 크게 고무시켰습니다. 아마 북한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태는 우리의 기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정권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언급하지 않고 차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바마 정부의 태도에 실망하고 위협을 느낀 북한은 극단적인 반발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상황이 사태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만, 여하튼 북한으로서는 지금 절박한 입장에 처한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안심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든지, 그것이 불가능하면 사생결단의 자세로 생존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를 이은 부시 정부는 당시 합의된 경수로 건설, 국교정상화, 경제협력 등의 약속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북미간 실질적인 합의에 접근한 장거리 미사일 문제 협상도 부시 정권에 의해서 파기되었습니다.

이에 반발하여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감시요원을 추방시켰으며,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북핵 문제는 다시 꽁꽁 얼어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부시 정부는 6년 동안 북한에 온갖 압박을 가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고 북한정권이 무너지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태도를 바꾸어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합의를 통해 핵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습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지원을 한다. 미국과 북한은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실현한다’ 등이 합의되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다시 희망의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다시 핵 사찰 문제, 에너지 지원 부진 등으로 혼미한 사태가 거듭되다가 부시 정권은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서 핵문제를 풀겠다는 오바마 정권이 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 정권 하에서는 세계적인 문제들이 대화를 통해 유연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협조하는 동시에 2005년 9.19 합의에서 이루어진 북미 국교 정상화를 위한 관계개선 등의 약속이 지켜질 것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우울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 핵문제는 전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도 중국이 협력하지 않는 한 성공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는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국가부주석 등 여러 정치지도자들과 대화했습니다. 중국의 태도는 분명했습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절대 반대한다. 그러나 이웃국가인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는 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역사적, 지리적 관계로 봐서 이웃국가인 북한이 파멸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것입니다.

전쟁이 있을 수 없고,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방법은 무엇입니까? 대화와 협상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어느 정도 고통을 주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협상은 우방국가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이해를 주고받고 윈윈(win-win)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와도 얼마든지 협상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근본적 목표는 국가안보와 체제보장, 북미 국교 정상화와 경제협력을 통한 국제사회의 진출입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게 해서 태평양 국가들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안전보장,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조건입니다. 이 조건에 대한 합의는 이미 2005년 9.19 선언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립니다. 북한은 완전무결하게 핵을 포기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 정상화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시켜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평화롭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원만한 해결의 길입니다.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단계별 접근방식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사태가 급박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조속히 막아야 합니다.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근방법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습니다. 평화협정, 외교관계 수립, 경제협력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핵 폐기를 실현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한반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다시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오늘의 북핵문제 해결방안은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길뿐입니다. 이 외에 대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원칙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의 공동성명, 그것을 준수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도 좋고, 일본도 좋고, 중국도 좋고, 러시아도 좋고, 한국도 좋고, 북한도 좋은 것입니다. 다시 9.19 선언으로 돌아갑시다. 그리하여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안전, 협력의 시대를 열어갑시다.

감사합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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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8 개 있습니다.

  • 1 1
    다물

    변하는 세상
    2005.9월의 6자회담 합의 준수-----
    이건 지난 일이고 요,벌설 쉬어버린 흘러간 세월 입니다,
    이제는 북이 훨신 더 큰 어른이 되어 버렸어요,
    님의 말슴------우방과 만이 협상을 하는 건 아니다
    맞는 말 입니다, 미국이 러시아와 공존을 수긍 하는 거 도 같습니다
    그와 같이 북한과도 공존을 인정 해야 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대등한 대우를 한다는 전제 가 따라야 함이 님의 시절과는 다른
    세계정세 아래에 있습니다,
    이미 먹어서 소화 되 어 살이 되어 버렸는데(핵보유) 어케 게워 냅니까,
    살을 칼로 떼어 냅니까------
    부시가 북과의 협의를 파토 냈다고 합시다,
    이제 오마바가 합의 한다고 해도 다음의 제2의 부시가 판께기로 나오지 않는다는걸
    님이 장담 할수 있나요-------

  • 18 4
    들꽃

    다시는 역사에 나올수 없는 인물
    김대중통은 인생을 100% 꽃피우고 간 사람이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나오기 힘든 인물

  • 7 20
    두코

    4번 삽살아, 정일 알바짓 열심히해라
    김정일이 너한테 인민군 졸병 계급장 달아준다.

  • 19 5
    수요일

    난생 처음 완독한 당신의 강연문
    직접 작성했다는 이 강연문 눈물이 나는군요.
    서양사람들을 어찌 설득해야하는지 크게 배웁니다.
    영면하소서.

  • 24 5
    myview

    역시 민주주의의 심판자 DJ
    역시 DJ는 국제적인 지도자입니다.
    오바마는 한반도에 너무나 큰 결례를 범하고 있습니다..
    무시당할행동을 MB께서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니..
    불쌍한것은 국민뿐..

  • 16 6
    삽사리

    두코야!
    너처럼 추잡한 소인배들이 나라를 망치는거야!

  • 16 40
    두코

    살았으면 틱낫한처럼 해외나 유랑했을 쪼다
    공산당한테 다 퍼줬다가 망한 월남꼴을 리바이벌하라고
    지랄하는군.

  • 47 10
    알아야 할 현실

    DJ는 클린턴도 인정했던 것처럼 본다면 오바마보다 몇 수 위다.
    하늘이 지상의 뜻을 알아준다면
    수많은 눈물의 뜻을 알아준다면
    아마 저승으로 가는 길도 무척 바쁜 영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바마한테 또 훈수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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