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6.10 쇼크'에 극한위기감 노정
"우파, 좌파 누르기에 역부족", "서울광장에 나무 심자"
강천석 "보수 교수-종교인, 좌파 누르기에 역부족"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은 11일 <노무현은 이명박을 낳고, 이명박은 다시...>라는 다분히 절망감 넘치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좌파 시민단체와 좌파 정당 그리고 여기 올라탄 민주당이 10일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계승·민주 회복 범국민대회'를 열었다"며 "우파 단체 자유총연맹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승용차 요일제 자율 참여 캠페인'을 열겠다며 좌파보다 먼저, 또 좌파와 달리 합법적 신고 절차까지 마쳤다. 좌파 집회에 대한 대항 집회"라며 전날 열린 두 집회를 거론했다.
강 주필은 이어 "그러나 '6월항쟁 계승·민주 회복 범국민대회'란 울긋불긋한 깃발 곁에 꽂힌 '승용차 요일제 자율 참여 캠페인' 팻말은 초라하기도 하거니와 생뚱맞기도 했다. 박수부대 동원 능력은 더 큰 차이가 난다"며 "좌파 쪽은 전국 60개 대학 3000명 교수·종교계·문화계 시국 선언으로 박자를 맞췄다. 여기에 우파 교수들과 보수 성향 종교인들이 맞불을 놓으려 했지만 '노무현 바람'을 탄 기세를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며 보수진영의 판정패를 시인했다.
그는 이어 마르크스까지 거론하며 '좌파의 위선'을 맹비난한 뒤, "우리는 어제 서울광장에서 그 좌파의 위선과 다시 마주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에 야당들과 진보 신문, 방송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음을 강조하며 "자신의 귀에 닳고 닳은 보수 언론의 그렇고 그런 비판과 5년 내내 같은 편이라며 어깨동무하고 온갖 귀엣말을 함께 나눴던 좌파 언론이 하루아침에 매몰차게 돌아서서 비수처럼 찔러대던 비판 가운데 어느 편이 노 전 대통령에게 더 견디기 힘들었을까"라고 반문하며 노 전대통령 서거에는 <조선> 등 보수언론보다 진보언론 책임이 더 크다고 강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화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려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은 노무현 정권 5년 세월이었다. 그 세월 국민 가슴속에 쌓여 갔던 한숨과 분노가 '성공한 샐러리맨'을 대통령 자리로 밀어올렸다"며 "6월 10일 서울광장을 메운 군중의 절반은 이명박 정권 1년4개월 세월이 불러모았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이 대통령의 실정을 개탄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 5년 세월이 '샐러리맨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듯이 이 많은 군중을 시청 앞으로 불러모은 이명박 정권 1년4개월에 앞으로 다시 3년 세월이 더해지면 무슨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인가"이라고 물은 뒤, "이래서 역사는 돌고, 이래서 역사가 무서운 것"이라는 절망감 어린 탄식으로 글을 끝맺었다.
"서울광장에 나무 심어 시위 막자"
<조선일보>의 위기감은 기사를 통해서도 읽혔다.
<조선일보>는 이날 <'시위'가 '시민'을 몰아낸 서울광장>이란 1면톱 기사를 통해 "시민의 광장인가, 시위의 광장인가"라고 물은 뒤 "'구호와 폭력'이 '문화와 낭만'을 몰아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몇몇 교수 등의 말을 빌어 서울광장에서 더이상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각종 '아이디어'(?)를 열거했다.
<조선>은 우선 "시위장소로 변질된 광장 모양을 변경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광장 전체 면적(1만3207㎡) 중 잔디 면적(6449㎡)을 현재의 3분의 2 정도로 줄여 2011년 완공 예정인 서울시 신(新)청사 진입로를 마련하자는 구상이 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조선>은 이어 "광장에 나무를 심고 쉼터·산책로를 두거나 공간을 쪼개 시위를 막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또 유병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위대가 전체를 쓸 수밖에 없는 광장 공간을 나눠, 시위대가 일부를 써도 나머지 공간은 일반 시민이 항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스케이트장을 만든 것처럼 시위대가 함부로 다룰 수 없도록 여름엔 분수 광장, 봄엔 꽃 광장 식으로 '진정한 시민'이 사랑할 시설물을 만들 만하다"고 말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조선>은 더 나아가 "오는 8월 개방될 광화문광장이 '제1의 시위 메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무리는 아니다"라며 두달 뒤 개장할 광화문광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조선>은 "광화문광장은 1만8700㎡ 규모로 광장에만 7만명(서울시 추산)이 모일 수 있고, 청와대와 가깝고 정부종합청사·외교통상부·주한미국대사관 같은 시설을 옆에 두었다"며 "서울시 역시 '국가 대표 광장'이란 취지와 달리, '시위효과'를 노린 이들로 인해 '정치 광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촛불시위에 이어 1년만에 광화문 태평로 사옥 앞에서 넘실댄 촛불의 물결에 <조선일보>가 극한 위기감과 절망감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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