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신영철 대법관 파문을 "좌파 신문과 TV의 사법부 공격"이라며 색깔공세를 편 데 대해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9일 맹공을 퍼부었다.

<경향> "동료기자들의 노력을 좌파 운운하며 매도하다니"

박래용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이날자 1면에 쓴 '친여보수언론의 색깔론, 저널리즘 위기 자초한다'는 칼럼을 통해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 파문을 개탄한 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여권과 일부 친여 보수언론의 태도"라며 "한 언론은 '좌파 신문이 조직적으로 사법부 공격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련의 촛불 재판 개입 보도를 사법부 파괴공작이라고 했다"며 지난 7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문제삼았다.

박 부장은 "새삼 언론학개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제1 원칙이다. 여기에 좌나 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현직 법원장의 재판 간섭 의혹을 쫓고 이를 보도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 당연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의 취재경위와 관련, "경향신문은 집시법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인 박재영 판사가 돌연 사직한 이후 법원 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해왔다.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진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거의 매일 전화했고, 알 만한 변호사들을 밤낮없이 찾아다녔다. 그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모은 취재보고서만 책상 위에 한 다발이 넘는다. 어떤 판사는 입을 열듯 말듯 주저해 부인을 찾아가 설득을 당부하기도 했다"며 "신 대법관이 e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된 뒤 메일 전문을 입수하기까지는 꼬박 9일간의 진통이 있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친여 보수언론은 법원내 좌파성향의 판사들이 내부 일을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인민재판식으로 몰매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며 "가만히 참고 넘기기엔 도가 좀 지나치다"고 질타했다.

그는 "기사를 축소하든 외면하든 이는 해당 언론의 고유 판단이지 누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사건의 본질과 숨겨진 진실을 찾아 분투하는 동료 기자들의 노력을 좌파 운운하며 매도하고 조롱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대의 언론으로서 분노를 넘어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은가"라는 쓴소리로 글을 끝맺었다.

<한겨레> "재판의 독립성은 이념 아닌 민주주의 기본틀에 관한 사안"

<한겨레>도 이날자 사설 '부당한 재판 간섭에 색깔론이 왜 나오나'를 통해 "신영철 대법관의 전자우편 파문과 관련해 색깔론과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며 <조선>의 7일자 사설 내용을 소개한 뒤, "매우 잘못된 접근"이라며 조목조목 반박을 가했다.

사설은 우선 "법관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낸 사건을 진보-보수 대립의 산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핵심과 어긋난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 대법관의 전자우편 내용이 개별 법관의 독립성과 사법부의 중립성을 훼손했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백번 양보해서 아직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법관의 독립성 훼손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자는 주장은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정 진영의 정치적 공격이라는 식으로 해석하거나 전자우편을 보낸 것이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두둔하는 것은 곤란하다. 재판의 독립성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틀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꾸짖었다.

사설은 더 나아가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들도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을 펼 뿐 색깔론을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보수성향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조차 '사건의 처리 지연을 걱정하는 수준이라면 있을 수 있지만, 위헌제청 요구 절차를 취하지 말고 그대로 형사재판으로 끝내라는 취지라면 재판에 간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번 사건을 편가르기나 색깔론으로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정치적이고 음모적일 뿐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식 수법"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