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한국경제', 세가지 질문
<뷰스칼럼> 부동산거품, 달러거품, 그리고 '불확실성'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목표는 플러스 성장"이라 했다. 플러스 성장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고백이다. IMF는 "제2차 세계 대공황 도래 가능성"을 경고했다. 대공황 위기에 바짝 근접해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국내외적으로 경제의 최대 적인 '불확실성'이 최악의 상태로 증폭되고 있다. 모두가 "쿼바디스?"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형국이다.
쿼바디스 1. 부동산 "IMF직후와는 너무 다르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요즘 아파트값이 IMF직후만큼 떨어졌으니 더이상 떨어지기야 하겠냐"는 기대섞인 물음이다.
실제로 강남 등 버블세븐 아파트값은 올 들어 20~30% 떨어졌다. 일부 급매물의 경우 반토막나기도 했다. IMF사태 다음해인 1998년 지가는 13.6%, 아파트값은 16%가량 떨어졌다. 이렇게 비교하면 떨어질만큼 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큰 차이'를 놓치고 있다.
IMF사태 당시에는 아파트에 '거품'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품이 엄청나다. 노태우대통령의 200만호 아파트 건설로 1988~1989년 엄청난 거품이 생겨났다. 지가가 1998년 27.5%, 1999년에 32%나 폭등했을 정도다. 사회정치적 반발이 거세지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노태우 대통령은 김종인 경제수석을 전격 기용했다. 김 수석은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환수 등 강력한 진정책을 펴고, 1천을 넘었던 주가가 500선 아래로 붕괴되는 상황에도 경기부양책을 사용하지 않는 일관된 '거품빼기'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지가는 1993년 -7.8%, 1994년 -0.6%, 1995년 0.5%, 1996년 0.9%, 1997년 0.3% 등 거품이 빠지면서 거의 미동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7년말 IMF사태라는 '유동성 위기'가 발발하자 그 다음해 집값이 폭락했다가, 곧바로 회복될 수 있었다. 당시 집값 하락이 거품 파열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파트에 거품이 엄청나게 낀 상태다. 2001년말부터 치솟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버블세븐 지역은 지난해까지, 강북은 올 상반기까지 수직폭등했다. 해방후 4차례 부동산폭등기 가운데 가장 폭등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거품의 규모도 엄청나다. 이러다가 미국발 부동산거품 파열을 계기로 우리도 거품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IMF사태 직후와 지금을 수평비교하는 것은 이래서 큰 잘못이라는 거다.
쿼바디스 2. '달러거품 파열'때 환율은 어디로?
예상대로 연말 원-달러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선 "외환위기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거의 없다. "내년에도 가장 불확실한 게 환율"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최근의 환율 흐름을 거의 안믿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내년 환율의 최대 변수는 올해처럼 원화가 달러화보다 더 '불량통화' 취급을 받느냐, 그렇지 않냐이다.
미국의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소 공동소장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최신호에 "주택 거품이 가장 먼저 터졌지만 달러 거품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점에 더 주위를 기울여 한다"며 "달러 가치가 폭락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생활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며 '달러 거품 파열'을 경고했다. 그는 "경기 회복이 임박했다는 긍정적인 전망에 현혹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달러화가 대폭락하는 2차 재앙이 도래할 것이란 경고다.
'달러화 폭락 시나리오'는 이미 국제금융계에선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제조업 붕괴를 위해 연일 천문학적 달러화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달러화가 폭락하면 수입물가가 폭등하면서 악성 인플레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올해처럼 원화가 계속 달러화보다 '불량통화' 취급을 당한다면, '달러 거품 파열'이 예고된 내년 환율은 또한차례 요동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이처럼 환율이 휴지가 되가도 최근 보듯 수출에는 거의 도움이 못되고, 국내 물가를 폭등시키고 투자를 마비시키는 악재로만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아울러 대부분 달러와 연관돼 있는 외환보유고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최소한 미국경제보다는 양호하다, 한국이 정신 차리고 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국제적 믿음을 주지 못하는 한, 환율 위기는 계속 '진행형'일 것이다.
쿼바디스 3. 주가 "유동성 장세? NO, 실물 장세가 지배할 것"
1999년 대우사태가 터졌을 때 일이다. 정부는 금융경색이 발생하자 10조원의 채권시장안정기금을 만들어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에게 운용을 맡겼다. 1년뒤 김행장은 원금을 한푼도 까먹지 않고 도리어 4천700억원을 벌어 기금 출자자들에게 나눠줬다. 정부로부터 채안기금 출마때 '원금을 왕창 까먹은 증안기금 꼴이 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던 은행등은 예상밖 결과에 반색을 했다.
정부는 지금 또 10조원 규모의 채안기금을 만들었다. 마찬가지 좋은 결과가 나올까. 한 외국계은행 고위임원은 "그때와는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1999년은 IMF사태후 문제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대우가 대미를 장식하는 시점이었다. 즉 시장의 불확실성이 거의 소멸되는 시기였기에 채안기금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한때 800대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요즘 1100대까지 급등했다. 정부의 토목지원 방침에 특히 건설주가 폭등했다. 증시 일각에선 내년에 더 크게 오를 것이란 핑크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유동성 장세 환상이 깨지고 실물공포가 확산되면서 다시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증시가 환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모양새다. 1929년 대공황때도 마찬가지였다. 주가 대폭락후 정부가 앞다퉈 돈을 풀자 반년가량은 도리어 주가가 반등했다. 그러다가 실물경제 붕괴가 강타하면서 주가는 완전 휴지조각이 됐다.
주가 향배는 신도 모른다 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잣대는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가, 낮아지는가이다. 정부가 내년부턴 확실하게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하지만 또 '말'로만 끝난다면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며, 한국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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