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쎄(무역전시장) 안에 위치한 아고라 광장에는 독일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집결한 독일현지 교민들과 한국에서 독일까지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날아온 원정응원단이 섭시 30도가 넘는 뙤약볕 속에서도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앞에 속속 자리를 잡고 앉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토고와의 경기가 벌어지기 2시간 전이었음에도 아고라광장에는 이미 천여명에 가까운 거리응원단이 모여있었다. 이번 거리응원기획은 4년전 한국에서 울려퍼졌던 붉은악마의 함성을 독일서 재현해보자는 시도였다.
이 날 아고라 광장에는 국내 모 이동통신사에서 후원한 특설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거리응원에 참석하는 응원단을 대상으로 붉은 티셔츠와 각종 응원도구가 배포되었다.
독일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프랑크푸르트 메쎄로 집결하고 있는 독일교민들 ⓒ뷰스앤뉴스
또한 이들 응원단이 광장에서 펼치는 거리응원은 실시간에 한국의 TV방송국과 연결되어 현지 응원상황이 국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광장 한 켠에는 한국에서 방송을 위해 독일로 날아온 연예인들이 대기하는 천막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날 아고라 광장에서 펼쳐진 거리응원에 참석했던 독일현지 유학생의 경험담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 유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지나치게 더운 날씨에 그늘막 하나 없는 광장에서 응원을 펼쳐야 했고, 현장의 대형화면에서 보여진 중계방송은 한국에서 방영되는 중계방송이 아닌 독일어로 방송되는 독일 현지 중계방송화면을 내보냈다는 것.
여기에 현장에서 펼쳐진 응원도 국내 방송국에 연결되는 때만 반짝 뜨거운 열기로 열렬히 응원하는 것처럼 연출되었을 뿐 방송연결이 끊어진 이후에는 앞에서 응원을 리드해도 시들한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 유학생은 “살이 타다 못해 익는 느낌이었다. 그런 뙤약볕 아래 쉴만한 그늘조차 변변하게 없는 상황에서 응원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었는데 중계방송마저 한국어 방송이 아닌 독일어 방송이 나오니 독일어를 모르는 응원단은 그저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며 “그렇게 재미없는 거리응원을 하다가도 방송 카메라만 돌면 마치 재미있게 열렬히 응원하는 것처럼 연출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마치 방송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