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8일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싱가포르 회동에서 급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 빅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힐 "제너바 회동보다 진전 있었다"

힐 차관보는 싱가포르 주미대사관에서 김 부상과의 회동후 기자들과 만나 "제네바 회동(3.13)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며 "북측과 좋은 협의를 했으며 얼마나 좋은 협의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오늘 나눈 얘기에 대해 본국 훈령을 받기로 했다"면서 "일이 잘 되면 (9일) 베이징에서 앞으로 해야할 일을 포함해 더 많은 것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관련 5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북핵 6자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발표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계관 부상도 "의견의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며 "회담이 우호적으로 진행됐다. 앞으로 오늘 합의한 것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회담장소인 미대사관을 떠났다.

힐 차관보는 싱가포르 회동후 9일 새벽 0시15분에 출발하는 에어차이나 970편을, 김계관 부상은 1시10분에 떠나는 싱가포르항공 800편으로 각각 베이징으로 향했다.

베이징에서는 이날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국 6자회담 대표들이 모여,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북핵 신고방식에 대한 합의점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날 싱가포르 회동에서 그동안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우라늄 농축 및 핵확산과 관련, 북한이 신고서와 별도의 부속문서를 채택하는 데 합의하는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후속조치를 약속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 '신중한 환영', 중국 '대환영'

북-미 싱가포르 회담 결과에 미국은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대환영 입장을 밝혔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싱가포르 북미회담에서 핵신고 문제에 대한 잠정합의가 이뤄졌는지 묻는 질문에 양측이 "본국 정부와 모종의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며칠 간 북한측이 6자회담 다른 당사국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캐나다-멕시코 외무장관들과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북미회담과 관련, "진전이 있었다면 좋은 일"이라고 조심스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계관 부상과의 회담 결과에 대한 잠정 보고를 받았으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며 더이상의 언급은 삼가했다.

반면에 중국의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의 대표단이 싱가포르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 적극적인 성과가 있기를 크게 기대한다"면서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추진해 가는 것을 한결같이 지지한다"고 말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제네바 회동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며 "북측과 좋은 협의를 했으며 얼마나 좋은 협의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며 6자회담 진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현했다.

반면에 일본은 납북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여서, 베이징 6자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국은 북-미 회담 급진전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나,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 급랭을 이유로 베이징에서 한국측과 접촉을 기피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