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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자진 사퇴' 압박 급속 확산

각종 여론조사 참패, 지지의원 지지 철회, 참모진 자중지란

당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던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로 선회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힐러리 자진 사퇴' 압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힐러리 지지의원, 지역구 압력으로 지지 철회

28일 B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시민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흑인인 민주당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이날 "지역 유권자의 뜻"이라며, 힐러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루이스 의원은 "국민들이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날을 원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오바마 상원의원을 '변화의 상징'으로 여긴다"며 지지선회 배경을 설명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비롯한 민주당 세력의 영향력이 여전하고 흑인 유권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지아주 출신인 루이스 의원은 작년에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난 5일 '슈퍼 화요일' 조지아주 경선에서 오바마가 힐러리에 압승한 뒤 유권자들로부터 힐러리 지지선언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슈퍼 화요일 이후 11연패로 위기에 몰린 힐러리 진영은 루이스 의원처럼 당초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뒤 최근 실시된 지역구 경선에서 오바마가 압승을 이어나가면서 유권자들이 의원들에게 오바마를 지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지역이 상당수여서, 추가 이탈이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힐러리 '자진사퇴' 압력 본격화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 힐러리가 조기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간지 <뉴스위크>의 칼럼니스트 조너선 얼터는 내달 3일자 최신호에서 "대의원 수에서 1백59명,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92만5천표를 뒤지는 힐러리가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남은 선거에서 모두 압승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힐러리의 유일한 희망은 오바마가 회복 불능의 실수를 하는 것인데, 지난 14개월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이미 대세는 결정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아한 퇴장'을 원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은 다음달 4일의 미니 수퍼화요일 경선 전에 사퇴하고 오바마 의원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도 "경선 게임이 끝났다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의 통보를 클린턴에게 할 민주당 내 인물이 마땅하지 않다"며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이었던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게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던 공화당 사정과 비슷하다"고 힐러리에게 누군가가 사퇴를 권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서 '오바마 대세론' 확산

이같은 퇴진 압력은 남편 빌 클린턴을 지지했던 백인 남성들마저 오바마를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커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CBS방송 전국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54%의 지지율로 힐러리(38%)를 크게 앞섰고, 같은 날 발표된 AP통신·입소스 조사, <USA투데이>·갤럽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힐러리를 10%포인트 전후 차이로 이겼다.

특히 오바마는 AP·입소스 조사 결과 백인 남성 지지율에서 힐러리를 23%포인트 차이로 앞섰으며, <뉴욕타임스>·CBS방송 조사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남성의 3분의 2가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의 가상대결에서도, <뉴욕타임스>·CBS방송 조사에서 힐러리와 매케인은 각각 46%로 동률이었지만, 오바마는 50% 대 38%로 매케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의 사실상 '마지막 희망'인 텍사스에서조차 오바마가 50%의 지지율로 클린턴(46%)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 참모진 사분오열 양상

힐러리 캠프 분위기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11차례 경선에서 전패하면서 힐러리 참모진의 사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힐러리 본인도 자신감을 잃은 채 사퇴를 예고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힐러리가 친구들과의 통화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어구를 쓰지 않는 대신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게 마련"이라고 말하고, 지지자들에게 "그동안 경선에 출마할 수 있게 도와줘 고맙다"고 말하는 등 과거 자신만만하고 위풍당당했던 모습과는 거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러리 참모진내 분열도 목격되고 있다. 7백명의 인력과 1억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 미 전역에 걸친 조직을 갖고도 ‘오바마 돌풍’을 막지 못한 데다, 최근 선거자금이 모이지 않자 수석 선거전략가인 마크 펜과 선거 캠프 책임자였던 패티 솔리스 도일의 무능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참모간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지난 13개월 내내 새벽에 출근해 심야에 퇴근하던 참모들이 최근에는 오후 9시에 휴대전화를 꺼놓고 퇴근해 버리는가 하면 일부는 며칠씩 휴가를 떠나기도 하는 등 일부 파장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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