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8팀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19일 8팀의 이규원 검사가 당시 작성한 '윤중천·박관천 보고서'를 포함한 1천249쪽 분량의 '김학의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를 SBS와 <한국일보>에 공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아울러 당시 진상조사팀 단톡방도 공개, 검찰이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일파만파의 파란을 예고했다.
이규원 검사는 '윤중천·박관천 면담 보고서'를 왜곡한 뒤 이를 <한겨레><JTBC> 등에 유출,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수사를 놓고 정권과 대립하던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음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공수처로 이첩된 상태로 수사가 자칫 청와대로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와 <SBS>는 이날 박 변호사로부터 제공받은 '김학의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일보>는 "한국일보가 입수한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그간 제기된 의혹의 출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했다"며 "허풍과 과장이 가득한 윤중천씨와의 사적 대화를 참석자들이 생각나는 대로 복기한 요약본인 데다, 그마저도 질문자 의도대로 각색됐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8팀 소속의 이규원 검사가 작성한 윤중천 2·3차 면담보고서에는 △윤석열 접대설 △윤갑근 접대설 △김학의·한상대(전 검찰총장) 수천만 원 뇌물설과 관련한 내용이 담겼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 결정적으로 윤씨는 조사단에 출석한 4차 면담에서 이전에 말했다는 내용마저 모두 부인했다.
△윤석열 접대설과 관련해선 윤중천은 '윤석열 검사장은 OOO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 OOO가 검찰 인맥이 좋아 검사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검찰은 해당 내용이 이규원 검사가 집요한 유도신문 끝에 끌어낸 윤씨 답변을 왜곡해 적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규원 검사가 '윤석열도 알지 않느냐' '별장에도 오지 않았냐' 'OOO이 윤석열도 소개시켜주지 않았느냐' 등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묻는 것처럼 계속 질문하자, 수차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하던 윤씨가 "그런 것도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한 것을 이 검사가 "알고 지냈다"고 썼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면담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을 대서특필했다가, 하루만에 오보를 시인하고 윤 총장에게 극구사죄해야 했다.
△윤갑근 접대설과 관련해선 윤중천이 '과천 농장(멤버 중 한 명이 별장으로 쓰는 곳)에서 부부 동반으로 외국인들과 같이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멤버가 OOO, OOO, OOO, OOO, OOO 등이었다. OOO는 과천 농장에서도 보고 서울 일식집에서도 보고 그랬다. 윤갑근은 OOO가 골프장에 데리고 왔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들 초안에는 '알고 지내는 사이'라거나 '누구 소개로 만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윤 전 고검장이 진상조사단에 "윤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며 강력히 부인했고, 윤씨 다이어리, 휴대폰, 통화목록, 명함 등 어디에도 윤 전 고검장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확인되지도 않은 윤중천씨의 진술은 JTBC 보도 및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사건 담당 김용민 위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5월 29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모(윤갑근)씨는 윤중천과 수회 만나서 골프를 하거나 식사하거나 별장에도 온 적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씨 및 그의 운전기사는 이후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면담 때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 '경찰 조사 당시 진술이 기억나지 않고 윤 전 고검장을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 전 고검장이 JTB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부는 "과거사위가 발표한 의혹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SBS <8뉴스>도 이날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윤석열 접대설 △윤갑근 접대설 등에 대해 동일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폭행' 발표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SBS에 따르면, 김학의 전 차관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 A 씨 주장에 대해 "김학의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접대라고 볼 수 있다, A 씨가 경제적 이익을 받은 점 등에 비춰 성폭행이 아닌 일종의 성접대가 이뤄진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적혀 있다. 이 부분은 당시 성폭력 피해 조사 대부분에 관여한 B 검사가 보고서에 쓴 의견이다.
B 검사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성폭력 사건이 아닌 성접대 뇌물 사건으로 수사했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나, 진상조사단 최종보고서 본문에는 이 내용과 다른 내용도 함께 실렸다. 피해 여성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성폭력 수사가 필요하다는 조사단 소속 변호사들의 의견이다.
결국 대검 조사단은 성폭력 피해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길 기대한다고 결론 내렸고 이를 근거로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도 성폭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박준영 변호사는 실제 조사 대부분을 맡은 B 검사의 의견과 객관적 증거에 따라 결론을 내지 않고 조사단원 일부가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준영 변호사는 이들 언론에 보고서 제공후 페이스북에 올린 <각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적 기구에서 활동할 당시 작성한 내부 자료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앞으로 어느 기구에서 저를 편하게 불러 일을 시키겠나"라며 "조사팀 단톡방을 공개했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제가 참여하고 있는 단톡방에서 저를 의식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 많이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김학의 전 차관, 윤중천, 여성들의 법적 책임 여부에 대해 제때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이제는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조사팀 단톡방 공개와 관련해선 "김학의 조사팀에 참여한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단원들은, 창피할 정도로 무책임했습니다. 난이도 높은 형사 사건의 쟁점을 분석하고 정리하고 처리할 능력이 되지 않았습니다"라며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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