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유시민은 사과라도 하나, 김어준은 절대 안해"
"민주당, 황제가 괴승 라스푸틴에게 자문 받듯 김어준과 상의"
진 전 교수는 이날자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당 대표부터 이러니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중요한 일이 생기면 김어준부터 찾아가 상의를 한다. 다들 김어준의 방송에 못 나가서 안달이 났다. 그의 성은(?)을 입어야 지지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제 구실 못하는 사이에 사실상 김어준과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신적 대통령 노릇을 해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퍼뜨린 각종 음모론은 속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정경심 교수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채널A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한단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는 효력이 정지됐다. 법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금융기관으로부터 계좌추적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결국 유시민씨는 사과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시민은 사과라도 하나 김어준은 절대 사과를 하지 않는다"라며 "김어준은 토론이나 논쟁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가 하는 것은 진위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역할은 교주의 그것과 비슷하다. 사이비 교단 안에서 교주는 신의 노릇을 한다. 신이 어디 인간과 논쟁하던가. 신이 ‘빛이 있으라’고 하면 빛이 생기듯이 김어준이 ‘냄새가 난다’고 하면 정말 음모가 존재하게 된다"고 힐난했다.
이어 "당 대표가 책 대신에 그의 유튜브를 보고, 의원들이 중요한 일을 그와 상의한다. 마치 제정 러시아 말기 황제 부처가 괴승 라스푸틴에게 국정의 자문을 받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김어준이 ‘무학의 통찰’로 민주당을 위해 큰 일을 한것처럼, 무학의 승려도 혈우병 황태자의 피를 멈추는 ‘영빨’로 궁정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며 김씨를 '한국판 라스푸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의 황당한 상상력에 ‘개연성’과 ‘진지함’을 보태주는 것이 바로 그동안 유시민이 해온 역할이다. 음모론자의 입에서 나온 괴담도 (설사 ‘어용’이라도) 지식인의 입을 거치면 신뢰도가 달라진다"며 "유시민은 맹신적 지지자들에 한정된 김어준의 영향력을 나름 합리적이라 자부하는 층에까지 확대하는 노릇을 해 왔다. 김어준이 음모론으로 하나의 세계를 지으면, 유시민은 지식인으로서 그 허구에 논리적 정합성의 외관을 덧씌운다. 합리화할 수 없는 것을 합리화하려다 보니 당연히 억지와 궤변이 동원될 수밖에"라며 두사람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특히 "김어준의 거짓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세월호 음모론"이라며 "그는 제 개인방송을 통해 줄기차게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해 왔다. 그가 제작한 영화 ‘그날, 바다’는 50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 결과 고의 침몰설이 적어도 특정 집단 안에서는 공인된 사실로, 하나의 대안적 현실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의 침몰설이 의심을 넘어 확신에 근접하면 당연히 거기에 어긋나는 결론은 심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확신을 입증해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사는 종결될 수가 없다. 문제는 이것이 외려 유가족의 외상을 덧나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무한히 연장시킨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건이 어디 음모론으로 장난칠 대상이던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세월호로 그는 돈을 벌었다. 누구는 배지를 달았고, 누구는 아이들 영혼을 천만 촛불로 바꿔 권좌에 올랐다. 그들은 뜻을 이루었고, 그 대가로 유가족들은 고통을 연장받았다"며 "그래도 김어준은 사과하지 않는다. 음모론자들은 남을 속이기 전에 그 거짓말이 확인되는 사실보다 더 깊고 더 참된 진실이라고 자기 세뇌부터 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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