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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

<뷰스 칼럼> 재연되는 이회창의 자충수 '흑표백표'

지난 2002년 대선 '이회창 대세론'가 대단했을 때 일이다. 그해 여름 선거는 거의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이회창 후보가 일방 독주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몽준 등은 간신히 10%초반에 머물러 있었다.

이때 이회창 진영은 '마지막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회창 후보에게 줄을 대기 위해 몸살이 난 온갖 정치철새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끌어들였다. 예외없이 한물 간, 국민들에게 거부감이 대단한 구태인사들이었다.

이회창 캠프 관계자에게 "도대체 뭐가 부족해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나온 답이 "흰 정치인이든 검은 정치인이든 올 때 수천표, 수만표씩 갖고 온다"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빗댄 '흑표백표(黑票白票)'론이었다.

결과는 치명적 자충수였다. 이들이 몰려들수록 이회창은 점점 '앙시앙레즘(구시대)'의 상징이 돼 갔다. 뒤늦게 '아차' 싶은 이회창 후보가 지구당사마다 효순이-미선이 위로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변신'을 도모했으나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결국 구시대 상징 이회창 후보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요즘 '이명박 위기론'이 파다하다. 이명박 후보의 말마따나 사방, 안팎에서 융단폭격을 받다보니 그렇다. 그러다보니 요즘 이명박 캠프가 부쩍 신경쓰는 게 외부인사 영입이고, SOS 요청이다. '세 싸움'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2002년 이회창측이 범했던 동일한 실수가 목격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전여옥 의원이 12일 이명박 지지를 선언했다. 이명박진영은 '대어'를 낚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박근혜 킬러'로 맹활약해주기를 기대하는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대어를 낚은 걸까.

전 의원은 선언 전날 치명적 선고를 받았다. 그의 베스트셀러 <일본은 없다>에 대한 법원의 표절 판결이다. 본인은 '정치공작 판결'이라고 펄쩍 뛰나 정치인으로서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오비이락인가. 다음날 곧바로 이명박 캠프로 향했다. 흥미로운 건 박근혜 진영의 반응. 박사모는 "이명박 표 1백만표는 날아갔다"고 했다. 박근혜 선대위 반응도 비슷하다.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공방을 싸잡아 비난해온 전 의원의 말고 행동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의원은 13일 "이명박 후보가 2위로 떨어질 것 같아 내가 구하러 왔다"고 입성 첫작품으로 '이명박 위기론'을 자인했다. "위기는 무슨 위기?"라던 이명박 캠프 주장과 정반대다. 득보다 실이 많은 발언이다.

장봉군 화백의 13일 만평. ⓒ<한겨레>


전 의원 영입은 이명박 캠프의 작품으로 책임 소재도 이캠프에게 있다. 문제는 외부에서 돕겠다는 사람들이 도리어 표를 깎아먹는 행위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그런 대표적 예다. 조씨에 대해선 이명박 캠프 시선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명박계 공성진 의원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변해도 한 30도 가까이 변해야 이게 생각이 ‘아 좀 바뀌었구나’ 할 텐데 조 씨는 그 선을 넘었다. 이제는 완전히 극우로 갔다"며 이명박 후보가 거리를 두어야할 인물로 규정할 정도다.

그런데 '이명박 올인'을 선언한 조씨가 연일 사고(?)를 치고 있다. 특히 검증 공방에 몰린 이 후보를 돕는다고 한 "부자가 더 도덕적이다. 가난한 이는 폐만 끼친다"는 발언이 압권이었다. 조씨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융단폭격을 받았고, 박사모에선 "이명박 표 1백만표는 날라갔다"고 환호했다.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발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설교시간에 "기왕이면 예수님 잘 믿는 '장로'가 되기를 기도해야겠다"고 했다. 타 종교를 믿는 유권자들이 들으면 거센 거부반응을 일으킬 발언이다. 김 목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좌우간 '차떼기당'이든 '부동산 투기'를 했든 간에 다시는 붉은 용의 세력의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합심하여 기도해야겠다"고까지 했다. 이명박 후보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듯한 위험한 발언이다.

김 목사뿐이 아니다. 다수 대형 보수교회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불교 등 다른 쪽의 반발과 위기감이 커, 모 종교단체는 자체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이명박 X파일을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정가에 나돌 정도다.

이명박 캠프 관계자들도 이런 '과잉 지지'에 골머리를 앓는다. 한 캠프 관계자는 "그런 얘기를 접할 때마다 '아이쿠'라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돕는 게 아니라 도리어 표를 갉아먹으니 그렇다는 게다.

이명박 진영은 당초 6월께 경선을 빨리 끝내고 개혁 이미지를 대폭 보강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을 결정할 중간층의 끌어들이기 위해선 극우보수적 이미지를 탈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검증 공방이 치열해지고 그결과 영남이 흔들리고 보수층이 흔들리면서 '이명박 대세론'이 뒤뚱대자, 보수층에 집착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캠프는 13일 전여옥 영입 이유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보수층의 지지를 덜 받는 편인데 전여옥 의원은 이런 부분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며 보수층 지지 확보용임을 밝히기도 했다.

전향적 한나라당 대북정책을 주도해 극우보수진영으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있는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극좌, 극우는 합쳐봤자 5%밖에 안된다"며 원안대로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극우세력 눈치를 보다간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말한다. "이명박의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고. "눈앞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옥석 안가리고 세 부풀리기를 하는 모양이 2002년 이회창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명박 진영이 귀 기울여야 할 쓴소리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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